미국암연구학회에서 면역항암제부터 폐암 치료제까지 전격 공개하고 글로벌 정밀의료 정조준

글로벌 항암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노리는 유한양행이 세계 최고 권위의 암학회인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연이어 의미 있는 성과를 공개했다.
4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이번 학회에서 유한양행은 두 가지 항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이중항체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YH32367(ABL105)의 임상 1상 결과였고, 두 번째는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3상 연구 후속 분석 결과였다.
이 발표는 유한양행이 단순한 신약 개발을 넘어, 암 치료의 복잡한 저항 메커니즘까지 해석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YH32367, 이중항체 가능성 입증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 개발한 YH32367은 HER2 양성 종양세포에 결합해, T세포 활성을 높이는 4-1BB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극대화하는 이중항체다. 쉽게 말해, 종양을 정확히 겨냥하면서 면역 반응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항암제다.
이번 발표는 해당 후보물질의 최초 인간 대상 임상 1상 데이터로, 한국과 호주에서 총 32명의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담도암(14명), 위암(9명), 기타 고형암(9명)을 앓고 있으며, YH32367을 0.3mg/kg부터 30mg/kg까지 단계적으로 3주 간격으로 투여받았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용량 제한 독성(DLT)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최대 내약용량(MTD)에도 도달하지 않아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 이상반응도 대부분 발열, 오한 등 경미한 수준(1~2등급)에 그쳤다.
또한, 치료 효과 면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23%, 질병 조절률(DCR)은 55%)로 나타나, 담도암을 비롯한 다양한 HER2 양성 고형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렉라자, 1차 치료제 너머 저항성 정복 도전
두 번째 발표는 유한양행의 대표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후속 연구 결과다. 렉라자는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이미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해당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 기전을 분석한 연구가 공개됐다. LASER 301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렉라자 투여 전과 질병 진행 시점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실시한 82명의 유전자 변이 패턴을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EGFR 경로 관련 변이는 16% 환자에서 발견됐으며, 그중에서도 C797S 변이가 가장 빈번했다. EGFR 외 경로에서는 PIK3CA와 TP53 변이가 43%에서 관찰됐다. 흥미롭게도, 이들 변이와 치료 지속 기간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데이터는 있었다. 렉라자 치료 후 순환 종양 DNA(ctDNA)의 소실이 94% 환자에게서 관찰된 것이다. 이는 렉라자가 EGFR 변이에 대해 매우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가진 치료제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신약 개발 너머, ‘정밀의료’까지
이번 AACR 발표는 유한양행이 단순히 치료제를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의 유전자 특성과 치료 반응을 연계 분석하고 미래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면역항암제 YH32367은 높은 안전성과 초기 항암 활성을, 렉라자는 강력한 EGFR 억제력과 저항성 분석 기반의 정밀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암학회에서 두 개의 차별화된 파이프라인 성과를 동시에 발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항암 리더’를 향한 여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갔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한편 유한양행은 최근 국내 임상을 승인받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포함, 2026년 1월까지 총 4개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김혜연 기자
ciel@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