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부터 뇌졸중 예측까지…세계 최고 의료 인프라 기반으로 200조 시장 정조준…
루닛 M&A, 뷰노 FDA 도전, 제이엘케이 글로벌 인증…K-의료 AI, 세계 무대 중심에

AI가 이끄는 헬스케어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진단 정확도 향상, 신약 개발 시간 단축, 질병 예측 모델 고도화 등 의료의 전 과정을 AI가 혁신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00억 달러(28조7600억 원)에서 2030년 1880억 달러(270조34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 축적된 임상 데이터, 그리고 빠른 기술 수용성을 강점으로 삼아, 한국은 의료 AI 분야에서 ‘기술 수출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루닛(Lunit), 뷰노(VUNO), 제이엘케이(JLK) 등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은 암 진단, 영상 판독, 질병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AI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들도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 환자 맞춤형 예후 예측 모델을 도입하며 의료 서비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K-헬스케어’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어떻게 AI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루닛, 혁신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며 K-헬스케어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AI 의료 솔루션 기업 루닛(Lunit)이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루닛은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암 진단 및 치료 분야에서 의료 전문가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루닛의 주력 제품군은 의료 영상 분석 AI 솔루션으로, 흉부 X선(Lunit INSIGHT CXR), 유방 X선 촬영술(Lunit INSIGHT MMG), 디지털 유방 단층 촬영술(Lunit INSIGHT DBT) 등 다양한 암 진단 영역을 포괄한다. 또한, 면역항암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Lunit SCOPE IO, PD-L1) 개발을 통해 치료 분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루닛의 기술력은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외래 의료 영상 제공업체 및 방사선 전문의 그룹 중 하나인 사이먼메드 이미징(SimonMed Imaging)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에 AI 기반 유방암 진단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영국-스웨덴계 다국적 제약 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비소세포성 폐암의 EGFR 변이 예측 AI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UAE 최대 의료 네트워크와의 다년 계약을 통해 국가적인 AI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의료 그룹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AI 흉부 X선 솔루션 보급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루닛의 AI 기술은 대규모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해 단일 판독 유방 X선 촬영술에서 암 발견 능력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검증되었으며, 이는 의료 현장에서 AI의 실질적인 기여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불어, 개발 도상국 시장에서의 유방암 조기 진단 촉진을 위한 AI 활용 방안도 모색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닛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2024년 12월에는 유방암 검진 AI 플랫폼 전문 기업인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스를 약 1억9307만 달러(약 2776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2025년 5월 중순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루닛은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매출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코스닥 상장 이후 루닛은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루닛의 AI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비록 현재까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나,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향후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루닛은 혁신적인 AI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 영상 분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K-헬스케어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활발한 글로벌 파트너십 및 전략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의료 AI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 뷰노, 독자 기술력으로 글로벌 진출 속도

국내 의료 AI 선도 기업 뷰노(VUNO)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뷰노는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AI 기반 의료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뷰노는 의료 영상, 병리 영상, 생체 신호, 음성 등 의료 환경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자체 딥러닝 엔진 ‘VUNO Net’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특히, 뷰노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는 적은 수의 기본 생체 신호만으로 환자의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뷰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IT 전시회 ‘HIMSS 2025’에 참가하여 ‘뷰노메드 딥카스’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현지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뷰노는 이 전시회에서 '뷰노메드 딥카스'의 임상적 유효성과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미국 의료 현장 안착을 위한 미국 전자의무기록(EMR) 및 AI 플랫폼 기업과의 연동 가능성을 논의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뷰노메드 딥카스’는 국내 의료 AI 업계 최초로 미국 FDA 혁신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s Designation, BDD)로 지정받아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FDA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뷰노의 AI 기술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도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뷰노의 이예하 대표는 “HIMSS 2025에서 뷰노의 주력 제품이자 국내 필수의료로 자리잡은 DeepCARS의 우수성과 차별화된 임상적 유효성을 다시 한번 전세계 소개하게 됐다”며 “향후 DeepCARS가 미국 의료현장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다하며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올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뷰노는 ‘뷰노메드 딥카스’ 외에도 골연령 판독 보조 AI 솔루션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 Med®-BoneAge™)’, 뇌 정량화 AI 솔루션 ‘뷰노메드 딥브레인(VUNO Med®-DeepBrain®)’,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 AI 솔루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VUNO Med®-Chest X-Ray™)’ 등 다양한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 및 상용화하며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뷰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주요 의료기기 전시회 참가를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3. 제이엘케이, 뇌 질환 진단 AI로 글로벌 시장 개척

국내 의료 AI 기업 제이엘케이(JLK)도 독보적인 뇌 질환 진단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제이엘케이는 AI 기반 의료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며, 특히 뇌졸중 진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이엘케이의 주력 제품은 AI 기반 뇌졸중 토털 솔루션 ‘MEDIHUB STROKE’로, CT, MRI, MRA 등 다양한 의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여 뇌경색 및 뇌출혈의 조기 진단, 유형 분류, 중증도 예측, 예후 예측 등 뇌졸중 전반에 걸친 진단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급성기 뇌경색 환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포함하고 있어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진단 AI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립선암 솔루션 1건과 뇌졸중 솔루션 3건(JLK-LVO, JLK-CTP, JLK-PWI)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또 2025년 1월에는 두개내출혈 검출 솔루션 ‘JLK-ICH’ 또한 FDA 승인을 받으며 뇌졸중 분야에서만 총 4건의 FDA 인허가를 확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제이엘케이의 AI 기술이 미국 의료 시장에서도 혁신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제이엘케이는 유럽 CE 인증, 일본 PMDA 인증, 태국 FDA 인증 등 다양한 글로벌 인증을 획득하며 아시아, 유럽, 중동, 북미 등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미국, 일본,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유럽 및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6개의 추가적인 뇌졸중 솔루션에 대한 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의료 영상 AI 기술뿐만 아니라 의료 데이터 통합 분석 플랫폼 ‘Hello Data’를 구축하여 병원 시스템 효율성 증대 및 의료 전문가의 진단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의료진에게 보다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이엘케이 김동민 대표는 “JLK-ICH FDA 승인을 통해 올해 첫 해외 인허가 획득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보완 사항 없이 단번에 승인을 마친 이번 FDA 획득으로 제이엘케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허가 역량의 우수성을 입증한 만큼 남은 인허가와 현지 보험 수가 획득에 주력해 성공적인 해외 진출 성과를 가져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엘케이는 뇌 MRI 영상 AI 솔루션 'JLK-GRE'에 대한 일본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인허가 획득으로 제이엘케이는 일본 시장에서 총 6개의 뇌 영상 AI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현지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JLK-GRE'는 뇌 MRI의 GRE(Gradient Echo) 영상에서 저강도(hypo-intensity) 영역을 자동으로 검출 및 분석하여 의료진에게 직관적인 시각화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분석 결과는 병원 PACS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즉시 제공되어 의료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결정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MRI 장비 보급률과 활용 빈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MRI 기반 영상 진단 수요가 매우 크다. 글로벌이코노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인구 100만 명당 MRI 장비 보유 대수는 57.39대로, 미국(34.66대)과 한국(34.24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제이엘케이는 이러한 일본의 의료 환경에 맞춰 MRI 기반 AI 솔루션 라인업을 강화함으로써 현지 병원과의 계약 확대 및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번 'JLK-GRE' 인허가 획득으로 제이엘케이는 기존의 뇌 영상 AI 솔루션(JLK-CTP, JLK-PWI, JLK-NCCT, JLK-FLAIR, JLK-DWI)에 더해 'JLK-GRE'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일본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제이엘케이는 현지 대형 종합상사 계열의 의료 전문 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내 의료기기 유통망과 병원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현지 영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일본 국립 심뇌혈관센터 이노우에 마나부 교수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치경 교수를 초청하여 한일 뇌졸중 웹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민 대표는 "이번 'JLK-GRE'의 일본 인허가 획득은 MRI 중심의 일본 진료 환경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MRI 기반 솔루션 확장을 통해 현지 병원과의 계약을 가속화하고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엘케이는 이번 일본 인허가 성과와 국내 비급여 확대를 발판 삼아 한일 양국 시장에서 동시에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며 글로벌 의료 AI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연 기자
ciel@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