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를 하다 보면 보철 재료를 선택할 때 '강한 걸로 해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치과에서는 단단함이 곧 좋은 치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치아는 단순히 딱딱한 구조물이 아닌, 매우 정교한 물성과 구조를 갖춘 살아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을 지을 때도 일정 수준의 흔들림을 허용하듯, 우리 몸의 구조물인 치아 역시 단순히 단단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아는 겉은 유리처럼 단단한 에나멜로 덮여 있지만 그 안에는 고무 같은 유연한 상아질이 자리하고 있어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치아는 뜨겁고 찬 음식, 강한 씹는 힘, 이갈이 같은 다양한 자극에도 오랜 시간 견딜 수 있다. 단단함과 유연함의 조화가 바로 자연치아의 생존 전략이다.

이런 구조를 무시한 채 지나치게 단단한 재료를 보철물로 덧씌우면 어떻게 될까. 치아는 전혀 휘지 않는 인공 보철물과 만나면서 외부 힘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뿌리에 미세한 금이 가거나 크랙이 생기고 심한 경우 치아가 부러질 위험도 생긴다.

진혜민 이살리는치과 선릉역점 대표원장
진혜민 이살리는치과 선릉역점 대표원장
지르코니아는 치과에서 흔히 사용되는 보철 재료로,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 크라운이나 브릿지 치료에 자주 쓰인다. 그러나 지르코니아는 자연치아보다 훨씬 단단해 씹는 힘을 그대로 전달하고 이로 인해 맞물리는 반대편 치아(대합치)가 빠르게 닳거나 손상될 수 있다. 스스로는 마모되지 않지만 주변 치아를 점점 깎아내는 것이다.

결국 보철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순한 강도가 아니다. 자연치아와 비슷한 물성, 즉 적절한 강도와 탄성을 동시에 갖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선택이다. 최근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재료로 미니쉬 블록이 주목받고 있다.

미니쉬 블록은 자연치아와 가장 유사한 물성을 갖춘 복합 세라믹 재료로, 생체친화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투명도, 탄성, 마모도, 파절 강도, 열팽창계수 등 다양한 항목에서 자연치아와 거의 흡사한 특성을 가진다. 이는 단순히 강한 것을 넘어서 충격을 흡수하고 주변 치아와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치아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치아처럼 조화롭게 작동하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치아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고도로 정교한 자연의 작품이다. 건축물처럼 튼튼하되 유연해야 오래 간다. 복원 시에도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강한 재료를 선호하기보다 자연치아의 성질을 이해하고 조화로운 치료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건강한 치과 치료의 시작이다.

(글 : 진혜민 이살리는치과 선릉역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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