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익숙하게 마주하는 장면들이 있다. 강아지는 간식을 달라며 폴짝 뛰어오르고, 소파나 침대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린다. 고양이는 높은 책장이나 냉장고 위에서 유려하게 착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런 동작들은 귀엽고 일상적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반복될 경우 반려동물의 관절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게다가 관절 질환은 시간이 지남에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절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십자인대 파열’이다.

십자인대는 반려동물의 경골과 대퇴골을 이어주는 십(十)자 모양의 인대로, 후방십자인대와 전방십자인대로 구성돼 있다. 보통 후방 십자인대보다는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십자인대는 반려동물이 걸을 때 경골이 앞으로 밀리거나 안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방지해 관절은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이러한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경골이 앞으로 밀려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심한 통증과 함께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슬개골탈구와 비슷해 보호자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두 질환은 원인과 증상에서 차이가 있다. 슬개골탈구는 선천적 기형 또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무릎뼈(슬개골)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는 질환이다. 반면, 십자인대 파열은 노화, 비만, 무리한 점프, 급격한 방향 전환 등으로 인해 무릎 안쪽 인대가 끊어지는 질환이다. 십자인대 파열은 통증이 더 심하기 때문에 뒷다리를 아예 못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슬개골 탈구는 일시적으로 다리를 들고 절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걷는 경우가 많다.

박준서 아이엠동물병원 원장
박준서 아이엠동물병원 원장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은 동물병원에 직접 내원해 검사를 받는 것이다. 슬개골 탈구는 대부분 촉진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십자인대 파열은 촉진뿐 아니라 방사선 촬영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방사선 검사에서는 경골이 대퇴골에 비해 전방으로 전위된 모습, 무릎 관절 내 삼출액 증가, 만성화된 경우 관절염 소견 등을 통해 십자인대 파열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슬개골탈구를 방치하면 무릎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이 쌓여 십자인대 파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질환이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십자인대가 파열된 반려동물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십자인대파열은 단순한 약물 치료나 안정만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반드시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며, 가장 흔히 시행되는 수술 방법은 인공인대룰 폴리에틸렌 섬유의 봉합사로 재건하는 관절외고정술이다. 이 외에도 관절 각도를 교정해 십자인대 없이도 체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TPLO, CTWO, TTA 등의 수술법도 있다. 수술 방법은 반려견, 반려묘의 나이, 체중, 증상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십자인대 수술은 수술 후 관리도 굉장히 중요하다. 수술 후 통증이 개선되면 반려동물은 다시 뛰고 달리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시기에 무리하면 반대쪽 다리의 십자인대도 파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드시 활동을 제한하고,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을 정확히 투약하며,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회복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처럼 십자인대 파열은 수술 전, 수술 후 모두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은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질환이 오기 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행동,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과격한 움직임은 피해야 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의 경우,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바닥 털을 짧게 관리해 주고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끄럼 방지 매트나 카펫을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십자인대 파열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 반려동물이 다리를 절거나 이상 행동을 보인다면,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 보길 바란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반려동물은 다시 건강하고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준서 아이엠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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