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 병력 조사부터 유전자 검사까지
병력 조사, 정밀 검사, 유전자 분석까지 단계별 접근 필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병원을 찾으려 하면 어떤 검사를 받는지 몰라 막막한 경우가 많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가진 질환으로, 단순한 검사 한두 가지로 진단할 수 없다. 병력 조사부터 뇌 영상 검사, 유전자 검사까지 다양한 절차를 통해 치매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치매 진단의 첫 단계, 병력 조사와 진찰의 중요성

치매 진단의 출발점은 환자의 증상과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병력 조사다.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나타났고,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핀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과정에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유무, 알코올·약물 복용력, 체중 변화, 외상 이력 등도 함께 확인한다. 문진은 기계 검사 못지않게 중요한 진단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직접 진찰은 신체검사, 신경학적 검사, 정신상태 검사 등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먼저 신체검사에서는 혈압, 체온, 맥박 등을 측정하고, 전신의 각 부위에 대해 기본적인 진찰을 진행한다. 신경학적 검사에서는 감각과 운동신경의 이상 여부, 근육의 위축, 보행 능력, 반사운동 등 각종 신경학적 기능을 평가한다. 정신상태 검사는 환자의 정서 및 인지 상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는 우울증, 불안, 공포증, 망상 등과 같은 신경정신학적 이상이 있는지 살펴본다.

치매 진단은 병력 조사와 다양한 검사(신경인지기능 검사, 뇌 영상 검사, 유전자 검사 등)를 통해 이루어지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보호자의 협조와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치매 진단은 병력 조사와 다양한 검사(신경인지기능 검사, 뇌 영상 검사, 유전자 검사 등)를 통해 이루어지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보호자의 협조와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신경학적 검사부터 뇌 영상 검사까지


병력조사와 직접 진찰 과정 후 대부분의 치매 전문가들은 환자가 치매를 앓고 있는지, 또 치매가 있다면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 대략 추정할 수 있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각종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사는 신체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실 검사, 뇌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신경인지기능 검사,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보는 뇌영상 검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경우에 따라 뇌척수액 검사와 뇌파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신경인지기능 검사는 문답식 또는 설문 형식으로 진행되며, 기억력, 언어 능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계산 능력, 수행 능력, 시공간 구성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을 세밀하게 평가한다. 이준홍 교수는 "특히 노인의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피로감이나 무기력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건망증 등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운동 지체를 동반하기 쉬워 치매로 오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우울증 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뇌 영상 검사는 치매 진단에서 매우 유용하다. CT와 MRI는 뇌의 구조를, PET는 뇌의 기능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MRI는 뇌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데 효과적이며, PET는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파악할 수 있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단의학 검사에는 혈액검사, 흉부 X-ray,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등이 포함된다.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신체 기능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매독 반응, 갑상선 기능, 비타민 결핍 여부 등을 파악한다.

◇유전자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파악

필요에 따라 아포지단백 E(Apolipoprotein E)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아포지단백 E는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다. 아포지단백 E의 ε4 대립유전자의 존재 여부에 따른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ε4 대립유전자 빈도가 40% 정도로 정상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검사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혈액을 채취해 진행되며, ε4 대립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이 교수는 "결과를 통해 만발성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치매의 다양한 원인을 감별하는 데에도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
◇정확한 진단을 위한 병력 조사와 검사 준비 사항


치매 진단은 단순히 환자 본인의 진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보호자의 동행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평소 모습과 비교해 최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일상생활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함께 전달해 줘야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준홍 교수는 "과거에 찍은 뇌 MRI나 CT 영상이 있다면 함께 가져오는 것이 좋고,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처방전 또는 약 목록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전에 유사한 문제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당시의 진단서나 의사의 소견서를 함께 제출하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진료 과정에서는 환자의 증상이 언제 시작됐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중심으로 질문을 받게 되며, 가족력이나 과거 병력, 현재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사전에 정리해 두면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의료진의 판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정확한 치매 진단은 하나의 검사로 결정되지 않는다. 병력 조사부터 정밀 검사, 유전자 분석까지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치매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며 "기억력 감퇴나 성격 변화 등 이상 징후가 있다면, 의료진 상담을 통해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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