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고양이보다 산책이나 애견 운동장 등 야외 활동이 많은 강아지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초미세먼지는 입자크기가 2.5㎛ 이하인 대기 오염 물질로 폐암, 심장 질환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 물질이다.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해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지만, 강아지는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강아지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렴, 천식, 폐종양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결막염, 안구건조증과 같은 안구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산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산책 시 강아지가 흥분하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야 한다. 만약 흥분하거나 뛰면서 호흡이 가빠질 경우, 들이마시는 공기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미세먼지를 흡입하게 된다. 또한 자주 수분을 섭취하도록 해 기관지 점막이 건조하지 않게 하고 몸속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외 활동 시 또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유박비료이다. 유박비료는 피마자, 참깨, 들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비료로 아파트나 공원 화단 등에 자주 사용된다. 즉, 강아지가 다니는 산책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박비료의 가장 큰 문제는 리신이라는 독성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리신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6000배나 강하다. 만약 강아지가 유박비료를 섭취할 경우, 갑작스러운 구토나 설사 등과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더 무서운 점은 다른 독성물질과 다르게 해독제가 없다. 따라서 반려견이 산책 중 유박비료를 섭취했다면 2시간 내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위세척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주 생활 공간이 실내인 반려묘는 일교차가 심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환절기에는 코과 기관지가 건조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고양이 감기’로 불리는 칼리시 바이러스와 허피스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두 바이러스 모두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며, 감염될 경우, 콧물, 기침,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추가 예방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환기 시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의외로 봄이 되면 ‘고양이 고소 추락 증후군(Feline High Rise syndrome)’으로 인해 동물병원을 찾는 고양이들이 많다. 고양이 고속추락증후군이란,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는 현상을 말한다. 봄이면 날씨가 따듯해져 환기 시 창문을 열게 되는데, 사냥감을 쫓아가는 고양이의 본능 때문에 창문 밖에 날아다니는 새, 나뭇잎 등을 보고 순간적으로 점프하면서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환기를 시킬 때에는 잠시 반려묘를 다른 방에 넣어 두거나 방충망에 구멍이 없는지 확인하고, 방묘창을 설치해야 한다.
봄철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곰파이 포자 등에 의한 알레르기가 심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가려움, 발진, 재채기, 귀 염증, 눈물 증가 등의 증상이 있다. 특히 강아지는 피부에 가려움증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고양이는 과도한 그루밍을 하다가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자주 실내를 청소하고 강아지, 고양이가 사용하는 물건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쉽게 약해진다. 따라서 면역력 강화를 위해 영양제를 챙겨주거나 간식을 줄 때 비타민이 풍부한 고구마, 블루베리 등을 주는 것이 좋다. 여기에 연어, 닭가슴살, 달걀 등의 단백질을 추가하면 더욱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줄 때에는 소량부터 시작해 반려동물의 소화 상태와 음식 알레르기 반응은 없는지 확인하며 조절해야 한다.
봄철 반려동물 건강 관리는 작은 주의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위험 요소를 잘 숙지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바란다. 만약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을 보인다면, 지체하지 않고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자. 사소해 보이는 증상이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질병을 막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최정태 위브동물의료센터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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