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전이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면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의학의 한계를 마주한 환자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김해영·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로에 있는 환자와 의사의 선택을 도울 방안을 국제학술지 ‘방사선치료와 종양학 (Radiotherapy and Oncology, IF=4.9)’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난제를 풀 출발점으로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 들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마련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창원병원에서 2018년부터 2020년 기간 동안 전이성 고형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 3756명을 분석해, 30일 내 사망 위험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방사선 치료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30일 내 사망위험을 예측하면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가 가족과 여생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았다.

(왼쪽부터) 김해영·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왼쪽부터) 김해영·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완화 목적의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 2652명의 데이터를 예측모델에 학습시킨 다음, 663명 환자들의 데이터로 내부검증을 수행했다. 모델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창원병원 환자 441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했다.

모델 개발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GBM, Gradient Boosting Model)을 적용하고, 환자의 나이, 성별, 치료이력 등 12가지 임상 지표와 7가지 혈액검사 결과를 참고했다.

특히 기본적인 혈액검사 결과만을 이용해 범용성이 높은 모델(GBM-B)도 함께 개발했다.

이러한 GBM 모델들의 성능은 기존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로지스틱회귀분석 모델과 비교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수립한 GBM 모델이 기존 로지스틱회귀분석 모델 보다 30일 이내 사망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했다.

예측모델의 성능(AUC, Area Under the Curve)을 측정했을 때 GBM 모델은 외부검증에서 0.833으로 기존 모델(0.804)을 앞섰다. 혈액검사 결과만 사용한 모델(GBM-B)도 외부검증에서 0.830으로 기존 모델 결과를 상회했다.

사망위험 분류에 따른 실제 사망률을 확인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GBM-B 모델을 이용해 예측한 사망위험을 토대로 환자를 4분위로 나눴더니,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던 1분위 그룹의 실제 사망률은 0%였다. 이어 2분위 3.4%, 3분위 12.9%, 4분위 36.6% 순으로 나타났다. 모델로 예측된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30일 이내 사망률이 증가함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예측모델이 암 환자의 생애 말기 치료를 최적화 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델로 예측한 30일 사망 위험율이 높은 경우 방사선치료 횟수를 최소화 하거나 신체·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다른 치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주관한 김해영 교수는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는 의사에게 숙명처럼 따라오는 질문”이라며 “특히 말기 암환자를 마주한 의사는 결정이 쉽지 않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환자의 편안한 여생을 도울 수 있다. 이번 연구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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