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정제탄수화물 위주 식단...'대사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식이섬유 하루 권장량 25~30g, 4명 중 1명도 못 채워
한국인의 하루 채소·과일 섭취 권장량은 500g이지만, 이를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은 24.6%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채소·과일 섭취량은 1998년에는 484.3g이었으나 2022년에는 350.5g으로 27.6% 감소했다. 특히 20대는 11.9%에 그쳐 젊을수록 섭취량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소·과일 섭취가 줄어든 것에는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초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식습관이 지속되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반면,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위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부피를 증가시키며 소화 속도를 늦춰 혈당 조절에 기여하고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켜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면 변비, 장내 미생물 불균형, 심혈관 질환, 비만 등의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왜 중요한지, 어떤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 장 건강 증진 · 변비 예방
식이섬유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 내벽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대변의 부피를 늘려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한다. 이에 따라 변비뿐만 아니라 장내 독소 축적을 방지하고 대장암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 혈당 조절 · 당뇨 예방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소화 및 흡수를 늦춰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는 위장에서 ‘젤’ 형태로 변해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되도록 돕고 포만감을 유지한다. 이때 혈당도 천천히 올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당뇨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나쁜 콜레스테롤 감소 · 심혈관 질환 예방
수용성 식이섬유는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중 지질 농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담즙산과 결합해 체외로 배출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심장 건강을 보호하고 동맥경화 및 고혈압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체중 조절 · 다이어트 효과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는 위에서 물을 흡수해 팽창하면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소화 속도를 늦춰 음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인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참가자 4명에게 2주간 식이섬유 중심의 식단을 실천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 참가자의 내장 지방량이 실험 전 141.7에서 실험 후 96.2로 크게 감소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상당히 낮아지는 변화를 보였다.
◇ 장내 유익균 증식 · 면역력 강화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해 장내 유익균이 증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장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장 건강이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식이섬유가 충분한 식단을 유지하면 면역력이 향상되고 염증성 질환 발생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 하루 식이섬유 25~30g, 일상에서 채우려면?
하루 식이섬유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25~30g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채소류에서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고구마, 우엉, 연근 등이 있으며 과일류에서는 사과(껍질째), 배, 바나나, 베리류, 자두 등이 대표적이다. 통곡물로는 현미, 귀리, 보리, 퀴노아, 통밀, 오트밀 등이 있고 콩류에서는 강낭콩, 병아리콩, 렌틸콩, 완두콩, 검은콩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해조류인 미역, 다시마, 톳, 김과 견과류·씨앗류인 치아시드, 아마씨, 해바라기씨, 아몬드도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이다.
이 중에서도 귀리(오트밀), 병아리콩, 미역, 다시마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조절과 심혈관 건강에 좋다. 양배추, 브로콜리, 퀴노아, 현미 등은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과 배변 활동을 돕는다. 일상에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흰쌀밥 대신 현미밥, 보리밥, 귀리밥을 먹고, 일반 식빵 대신 통밀빵이나 오트밀을 활용하면 식이섬유 섭취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 또한 간식으로 가공식품 대신 과일을 선택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대로 섭취하면 좋다. 끼니마다 채소 반찬을 2~3가지 이상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조류와 콩류를 활용한 식단도 효과적이다.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은 별도의 식이요법을 따로 계획하지 않더라도 작은 습관 변화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매일 식사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추가하고 초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건강 개선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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