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린다. 환자가 이상을 느낄 때 쯤이면 이미 시력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가 초기에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병원을 찾지 않거나, 눈에 띄는 시력 저하가 나타난 후에야 뒤늦게 진단을 받으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잦다. 시신경 손상의 위험이 커지는 40대 이후에는 주기적인 검진이 특히 필요하다.

◇녹내장,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 증상 없어도 정기 검진 받아야

매년 3월 둘째 주는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녹내장의 위험성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명 예방을 위한 정기 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목적이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관과 학회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녹내장은 전 세계적으로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대표적인 시각 장애 원인이다. 한국에서도 실명 원인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녹내장 발생률 역시 증가하고 있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녹내장. 이는 정상 안압도 안심할 수 없어 더 주의가 요구된다. 또 자각 증상 없이 진행 돼 40대부터는 정기 검진을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녹내장. 이는 정상 안압도 안심할 수 없어 더 주의가 요구된다. 또 자각 증상 없이 진행 돼 40대부터는 정기 검진을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한국에서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흔하다. 안압이 정상 범위 내 있어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진행을 늦출 기회를 놓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9년 97만 명에서 2023년 119만 명으로 4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앞으로도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 안압 상승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나이, 가족력, 근시 등이 있다. 특히 동아시아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안압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근시가 심할수록 녹내장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근시로 인해 시신경이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압력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안압 검사만으로는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인 시야 검사, 시신경 검사, 빛간섭단층촬영(OCT)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치료는 단지 병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현재의 시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다. 안압을 낮추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 점안제를 통한 약물 치료가 우선 권장되며, 필요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최근에는 기존 수술보다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른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이 개발돼 치료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녹내장의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정밀한 검사 방법도 있다. 빛간섭단층혈관촬영(OCT-A)을 통해 시신경 주변 혈관 밀도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박찬금 좋은강안병원 안과센터 과장
박찬금 좋은강안병원 안과센터 과장
◇녹내장 치료와 예방, AI와 혁신적인 기술로 밝아지는 미래


향후 치료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녹내장 조기 진단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 새로운 녹내장 치료제와 복합 점안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 수술법보다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른 수술적 치료법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생활 습관도 아주 중요하다. 흡연은 시신경 손상을 가속화해 금연해야 한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하루 2잔 이하를 권한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요가 자세나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과도한 복압이 필요한 근력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반면,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은 시신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수면 자세도 녹내장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쪽 눈에 녹내장이 심한 환자의 경우 해당 눈을 아래로 두고 자는 습관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박찬금 좋은강안병원 안과센터 과장은 “많은 환자가 평생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40대 이후라면 한 번쯤 안과를 방문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이 건강한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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