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감각이다. 뜨거운 불이나 뾰족한 가시처럼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구한다. 하지만 해로운 자극이 사라져도 계속되는 통증은 일상생활을 방해한다.

머리, 목, 어깨, 허리, 골반, 손목, 팔꿈치, 무릎, 발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부위에서 단순한 원인으로 시작된 통증이 점점 지속되고 커지며 일상을 방해하고 여유를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만성적인 통증은 그 자체로 질환이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보통 만성통증으로 여기며, 대부분의 만성통증은 질병과 같이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재순 박애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정재순 박애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만성통증은 때로는 잔불처럼 몸 구석에서 타오르고 있다. 식은 줄 알았는데 다시 타오르기도 하고, 바람을 타고 번져 커다란 산불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기도 한다.

불이 붙으면 놔둘게 아니라 꺼야 한다. 작은 불은 소화기로도 끌 수 있지만, 산불로 번지기 시작하면 소방차가 와도 끄기 어렵다. 간단한 주사 치료나 먹는 약만으로 잡을 수 있는 통증도 있다. 하지만 방치하다 악화돼 버린 경우는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주사 맞으면 그 때 뿐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로 국소마취제를 사용하는데, 국소마취제는 비정상적인 통증 신호를 가라앉히고 그 사이에 몸이 회복하는 기회를 준다.

가전제품이 망가져 방전이 날 때 전기를 잠시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화재를 막게 되고, 그 사이에 가전을 고칠 수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또한 통증을 느끼는 신경가지가 새롭게 자라날 수 있는데 국소마취제는 이를 억제한다.

반복되고 악화되는 통증은 ‘다른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몸의 신호일 수도 있어 다양한 과목의 진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그래야만 불쾌하고 불편한 통증으로부터 깨어져 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글 : 정재순 박애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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