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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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원인 불명의 질환을 앓는 신생아의 유전자 정보(게놈)를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게이오대학을 비롯한 전국 134개 의료기관이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신생아 467명을 조사한 결과, 약 절반 이상이 원인을 밝혀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치료와 임상적 대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로우치 토시키 오카야마대학교 소아신경과 교수는 닛케이신문을 통해 “신생아에 발병하는 유전 질환의 진단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입원하는 신생아 중 약 10%가 유전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생아들은 증상을 스스로 설명할 수 없고, 혈액량이 적어 반복적인 혈액 검사가 어렵다. 또한 성인과 달리 신체 조직이 미성숙해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에 2019년, 일본 연구진은 신생아의 전 게놈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는 환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 신생아와 부모의 혈액을 채취한 뒤, 광범위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게놈 분석은 게이오대학이 주도해왔지만, 오는 4월부터는 오카야마대학이 분석을 담당하게 된다. 연구 결과는 담당 의사와 검토 후 임상유전 전문의와 함께 환자 가족에게 전달된다.

연구 초기에는 병원에 상근하는 임상유전 전문의가 있어야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으나, 2022년부터 조건이 완화되면서 참여 의료기관 수가 약 20곳에서 130곳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재 연구팀은 유전 전문의가 없는 병원의 경우 온라인 또는 대면 방식으로 가족 상담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현재 연구에 참여하는 병원들은 일본 전국 NICU 병상 수의 절반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

게놈 분석을 통해 중대한 오진을 방지한 사례도 있다. 한 사례에서는 신생아가 간 질환으로 의심돼 간 이식 수술을 준비하던 중, 전 게놈 분석을 실시한 결과 백혈병으로 진단돼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연구 초기에는 생후 6개월까지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생후 2개월까지로 대상을 조정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 사례 중 부모로부터 유전된 경우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질병의 원인이 규명된 신생아 중 절반은 보다 효과적인 치료 또는 부담이 적은 검사로 이어졌다. 일례로 생후 5개월 된 한 신생아가 감기에 걸린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중증 상태에 빠졌으나, 게놈 분석을 통해 13일 만에 ‘비타민 수송 이상증’으로 진단을 받고 즉시 치료를 시작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신생아의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질병 진단 연구는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최대 10만 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200가지 이상의 유전 질환을 검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신생아의 탯줄 혈액을 채취해 어린 시기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희귀 질환의 진행을 늦출 가능성도 기대된다.

과제는 사회적 도입과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일본의 신생아 게놈 분석 연구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몇 년 후 연구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도입하고 지속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로우치 교수는 “어린이·가족청과도 협력하며, 연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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