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M&A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바이오헬스산업 브리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M&A는 총 4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M&A 건수는 2020년 3건에서 2023년 11월 기준 13건으로 늘었다.
다만 거래 방식에서는 글로벌 M&A와 차이를 보였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전략적 성장을 위한 ‘흡수 합병’ 방식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87.5%가 지분 인수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경영권 확보보다는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이 주요 목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10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거래가 34건으로,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43건 가운데 79%를 차지했다.
5년간 전체 M&A 거래 규모를 합산해도 약 680억 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한 건의 대형 인수 거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2019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세엘진을 인수한 금액은 740억 달러에 달했다.
진흥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금 회수 방식이 M&A보다 기업공개(IPO)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미국에서는 투자금 회수(Exit) 방법으로 M&A를 선택한 비율이 95%에 달했지만, 국내에서는 IPO가 42%를 차지해 M&A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진흥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는 현시점에서 M&A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M&A는 합병 후 통합(PMI) 과정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전략이므로, 성공적인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사업 구조로 인해 M&A 대상으로 매력도가 낮고, 오너 경영 체제가 강해 적극적인 M&A 추진에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기업 내부의 M&A 역량 강화를 위한 실무적 지원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진흥원은 “M&A는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므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펀드 내 M&A 의무 투자 비율을 신설하거나, M&A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직접적인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산업 생태계의 선진화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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