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훈 연세대 교수 연구팀, 소뇌 위축과 인공와우 이식 후 청력 회복 연관성 규명
나이보다 소뇌 위축 정도가 중요 ... 수술 전에 청력 회복 효과 예측 가능해져

배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이 뇌 건강 상태로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난청은 고령 인구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과 치매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인공와우 이식은 고도난청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령을 이유로 수술을 주저하거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청력 특성상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어 수술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배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좌),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교수(우)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배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좌),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교수(우)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청력과 소뇌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 기능과 균형 유지에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소뇌가 언어 지각과 같은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70세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뇌 MRI를 살펴봤다. 소뇌에서 언어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rus I’영역의 회백질 부피를 정밀 측정했으며, 이후 단음절, 이음절 단어 및 문장 인식을 테스트해 Crus I 회백질 부피와 청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소뇌 Crus I 부위의 회백질이 줄고 위축된 환자일수록 수술 후 언어 인식 능력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나이는 인공와우 이식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기존에 수술 결과 예측에 중요하게 여겼던 난청 지속기간(Duration of Deafness, DoD)보다 소뇌의 위축 정도가 수술 예후에 더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빨간색은 비례, 파란색은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나이는 수술 결과(Post scores of SIT)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난청기간(DoD)는 나이와 약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청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빨간색은 비례, 파란색은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나이는 수술 결과(Post scores of SIT)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난청기간(DoD)는 나이와 약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청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나이와 성별이 같은 정상 청력군과 난청 환자군의 소뇌 위축 정도 비교. 상단의 뇌 그림에서 빨간색 부위는 난청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위축이 발생한 소뇌 회백질 영역을 나타낸다. 하단의 그림은 난청 환자(좌하단, 파란색)와 정상 청력군(우하단, 빨간색) 개개인의 ‘소뇌 회백질 영역’내 평균 회백질 두께를 시각화한 바이올린 그래프이다. 난청 환자의 평균 회백질 두께가 정상 청력군에 비해 유의하게 작음(아래로 더 길쭉한 바이올린 형태)을 알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나이와 성별이 같은 정상 청력군과 난청 환자군의 소뇌 위축 정도 비교. 상단의 뇌 그림에서 빨간색 부위는 난청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위축이 발생한 소뇌 회백질 영역을 나타낸다. 하단의 그림은 난청 환자(좌하단, 파란색)와 정상 청력군(우하단, 빨간색) 개개인의 ‘소뇌 회백질 영역’내 평균 회백질 두께를 시각화한 바이올린 그래프이다. 난청 환자의 평균 회백질 두께가 정상 청력군에 비해 유의하게 작음(아래로 더 길쭉한 바이올린 형태)을 알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이번 연구로 인공와우 이식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난청 지속기간에만 달려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인공와우 이식 성공 가능성을 미리 평가할 수 있어 환자 선별과 수술 결과 예측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배성훈 교수는 "앞으로 수술 전 뇌 MRI를 통해 소뇌 Crus I의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나이는 인공와우 수술의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므로 고령 환자도 안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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