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가 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 국산 신약들도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신약은 총 38개다.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 주’가 최초의 국산 신약으로 승인된 이후, 지난해에는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 정’과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 주’가 각각 37호, 38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특히, 국산 신약 중 처방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정’(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지난해 196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역시 787억 원을 달성하며 뒤를 이었다.
P-CAB 계열 위산분비억제제인 이들 신약은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과 긴 지속 시간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캡’은 2015년 중국 뤄신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중남미, 동남아, 북미 등 47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역시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거나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에서는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 8월에는 국산 신약 31호인 유한양행의 3세대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FDA 승인을 받으며 국내 제약 업계의 큰 성과로 기록됐다. 이는 2018년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6년 만의 결과다.
렉라자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혈관 장벽(BBB) 통과가 가능해 뇌 전이 환자에게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성분명 비보프라민)는 중증 통증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펜타닐 등의 오피오이드 진통제가 중독성과 오남용 문제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 가운데, ‘어나프라’는 비마약성 대체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보존그룹은 ‘어나프라’가 빠른 진통 효과와 함께 통증 감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산 신약 38개 중 상당수는 출시 초기 높은 기대를 받았으나, 장기적인 실적 유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국산 신약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약가 인하 등의 문제로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제품도 9개에 달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출용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개방형 혁신 활성화, 국책은행 펀드 조성 등을 통한 자본 조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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