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는 인지 능력과 판단력, 감각 능력이 저하되면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건강한 고령 운전자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치매는 운전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만,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고 치료제 복용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을 경우 운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시적성검사가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 요양 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치매 환자의 운전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 치매 환자 중에는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운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는 아니지만, ‘인지 선별검사(CIST)’를 활용하면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인지 선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고를 낸 74세 운전자는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진행된 일본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치매로 최종 판정을 받은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자가 진단 시스템’이 올해부터 시범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실제 주행환경과 유사한 가상 체험을 제공해 안전한 운전이 가능한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치매 환자가 스스로 운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기웅 교수는 “가족이 치매 의심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검사를 권유하고, 차량을 처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사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인지 장애가 있는 고령자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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