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설날 하면 떠오르는 명절 음식들을 조심해야 한다. 사람도 뿌리칠 수 없는 설날 음식의 유혹은 후각이 예민한 강아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반려동물이 섭취할 경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먹고 싶다는 눈빛으로 보호자를 바라보면 음식을 주고 싶겠지만 절대 함부로 주면 안 된다.
뼈가 있는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생선의 가시나 뼈가 있는 고기를 먹다가 목이나 입안에 뼈가 걸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익힌 닭 뼈처럼 뼛조각이 날카롭게 쪼개지는 경우 식도염이나 식도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절대 주지 말아야 한다.
명절 음식에는 마늘, 양파, 파를 재료를 필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 채소에 함유된 ‘알릴프로필다이설파이드’ 라는 성분은 강아지, 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무서운 성분이다. 만약 적혈구가 파괴될 경우, 빈혈, 혈뇌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떡이나 한과 같은 간식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떡은 끈적한 질감 때문에 반려동물의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며, 목이 걸릴 위험도 크다. 한과나 강정 같은 음식은 당분과 지방 함량이 높아 비만이나 치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반려동물이 명절 음식을 실수로 섭취한 뒤 구토, 설사, 무기력증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이처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집 근처에서 연휴 기간에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명절 음식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장거리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추가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호텔에 맡기기보다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때 차량 이동 시 반드시 이동형 케이지나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를 사용해야 한다. 간혹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법 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분리해서 이동하기를 바란다.
멀미를 하는 반려견이라면 차량 이동 전 미리 주치의와 상담하며 멀미 예방용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약은 이동 1시간 전에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차량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차멀미를 고려해 출발 3시간 전부터는 금식하고, 이동 중에도 수분 보충을 위해 물병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 탑승이 익숙하지 않은 강아지라면 이동 전 미리 차에 타는 훈련을 통해 적응 기간을 갖도록 한다. 짧은 거리부터 시작해 차에 타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동 중 반려동물이 헐떡거림, 침 흘리는 모습, 구토 등의 멀미 증상을 보인다면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공기를 쐬게 하고 가벼운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고 이번 컬럼에서 소개한 주의사항을 숙지하면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소중한 쎈텀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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