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들이 가장 놀라는 반려동물 건강 이상은 아마 갑작스러운 발작이나 경련일 것이다. 발작이나 경련 증상은 주로 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뇌는 신체의 모든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기 때문에 작은 손상만 생겨도 매우 차명적이며 복구가 쉽지 않다. 발작이나 경련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은 다양하지만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질환은 바로 ‘뇌수막염’이다.

뇌수막염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뇌수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염증으로 인해 뇌척수액의 흐름이 방해를 받게 되면 앞서 말한 경련, 발작뿐만 아니라 고열, 강직, 통증, 보행 이상,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수막염 증상은 초반엔 짧고 약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반려동물에게 이상한 모습이 보이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동물병원에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최재혁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원장
최재혁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원장
뇌수막염 발생 원인은 크게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뉜다. 감염성 원인은 기생충, 바이러스, 원충 등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비감염성은 자가면역 반응이나 원인 불명의 특발성에 의해 발생하는 뇌수막염이다. 명확한 구분은 반려동물의 뇌 조직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뇌수막염 진단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본적인 신체 검사를 하고, 대사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영상 촬영 등을 한다. 뇌수막염 진단에 가장 확실한 검사 방법은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검사와 뇌척수액(CSF) 검사이다. MRI 검사는 자력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장을 이용해 강아지, 고양이 몸 내부 장기의 단층을 볼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뇌수막염이 의심될 경우, MRI촬영을 통해 염증의 발생 위치,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MRI촬영은 CT촬영 검사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판독이 가능하며, 뇌수막염 외에도 디스크, 뇌수두증, 환축추 아탈구와 같은 뇌, 척수 등의 신경계 질환을 검사할 수 있다. 뇌척수액 검사는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검사다.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의 단백질 분석, 세포분석, 감염체 PCR, 배양 검사를 진행한다.

뇌수막염 치료는 강아지, 고양이의 나이, 증상의 정도, 감염 원인, 감염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을 주로 사용한다. 뇌수막염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힘든 질병이다. 따라서 주된 치료 목표는 신경 증상 완화이다. 치료를 진행해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예후가 다양하고 후유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수의사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려견, 반려묘가 갑작스러운 발작이나 경련 증상을 보이면 보호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에 위험이 될 만한 물건은 치우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영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내 빈번하게 발생하면 그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할 것을 당부한다. 모든 질병은 조기에 진단해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글 : 최재혁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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