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지정 대학중점연구소 소장인 김동억 교수는 5년에 걸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같은’ 경동맥이 막히더라도 (그리고 막힌 경동맥을 우회하여 뇌혈류를 공급하는 측부혈관의 발달 정도가 비슷해도) 환자에 따라 뇌경색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병변 크기와 중증도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를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산화질소의 감소가 경동맥 폐색에 의한 가역적 뇌허혈을 비가역적 뇌경색으로 전환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C57 생쥐의 경동맥을 막아 뇌혈류를 60%로 감소시켰을 때 약 2%의 생쥐에게서만 뇌경색이 발생한 반면, 산화질소 합성효소 억제제를 투여한 후 같은 실험을 진행했을 때 약 75%의 생쥐에서 뇌경색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기전으로서, 산화질소가 부족한 경우, 경동맥 차단 후에도 60%대로 유지되던 뇌혈류가 갑자기 20~30%대로 급감하는 확산성 탈분극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임을 증명했다. 생체 현미경을 이용해 살아 있는 쥐의 뇌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뇌의 미세 동맥이 수축되고 혈소판과 백혈구가 응집돼 혈류순환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확산성 탈분극 현상과 잘 부합하는 결과였다.
특히,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생쥐의 경우, 별도의 산화질소 합성효소 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산화질소 합성효소 억제물질인 SDMA(symmetric dimethylarginine)의 농도가 낮아 경동맥 폐쇄만으로도 뇌경색이 발생했다. 그리고, 경동맥이 막혀 급성 뇌경색이 생긴 4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의 뇌경색 크기가 유의하게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멘델 무작위 분석 연구를 통해 SDMA 농도가 높은 환자에서 뇌경색 발병 위험이 약 24%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사업 및 중견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정진용 김하 석사연구원과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책임자인 김동억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경색의 발병 및 중증도는 얼마나 운에 좌우되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며, “SDMA 측정을 통한 뇌경색 발병 위험 예측 및 산화질소 공여제를 이용한 뇌경색 예방/치료에 관한 임상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뇌경색 유발 실험 기술은 산화질소 합성효소 억제제를 복강 주사로 투여한 후 경동맥을 막는 간단한 방법으로서, 기존의 복잡한 미세수술 방법 대비 생쥐 실험 속도를 5~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이는 뇌혈관계 기초연구와 신약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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