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제도’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효과를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증은 예비인증과 본인증으로 구분되며, 학술연구를 통해 근거와 효과가 입증된 프로그램만 본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인증 받은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확산, 보급되도록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지원을 받는다. 전문가를 위해 마련된 지침/권고 프로그램이 본인증을 획득한 것은 안 교수팀의 사례가 처음이라는 병원측의 설명이다.
‘정신과 진료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수용개작 표준진료지침’은 자살 위험을 낮추는 정신질환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한국형 자살예방 임상 가이드라인이다. 기존 미국·스페인·브라질의 자살예방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문헌검토와 전문가 합의를 통해 국내 의료 시스템에 맞춰 수정하는 수용개작(Adaptation) 방법으로 개발됐다. 안용민 교수를 중심으로 양정훈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원영 중앙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 15인의 개발진과 11명의 외부 자문진이 개발에 참여했다.
자살 사망자 90%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정신질환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다른 질환보다 자살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주요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환자는 정신과적 치료와 동시에 자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정신건강의학과에는 환자의 자살 행동 예방과 치료 방법을 다룬 표준 진료지침이 부재했다.
이 진료지침은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구분된다. 각 지침은 환자의 연령과 질환에 따른 치료 권고안, 문헌적 근거, 국내 수용성·적용성 평가, 전문가 합의 등으로 구성된다. 각 치료 권고안에는 근거수준(A~D)과 권고등급(Ⅰ,Ⅱa,Ⅱb, -)이 부여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에게 가장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자살예방 치료법을 찾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살 위험성이 있는 성인 양극성장애 환자를 진료할 경우, 전문의는 이 지침을 참고해 근거수준(A)과 권고등급(Ⅰ)이 가장 높은 ‘성인 양극성장애에서 리튬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치료 권고안을 우선적으로 참고해, 환자의 자살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다만 지침이 반영하지 못하는 실제 임상 현장의 복잡성을 고려해, 권고안에서 추천되지 않은 치료라도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진료지침은 정신질환 환자의 자살 행동을 예방하는 국내 최초의 표준 진료모델로 자리매김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안용민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받은 국내 최초의 자살예방 진료지침을 개발하게 돼 뜻깊다”며 “수많은 전문가의 지견을 모은 이 진료지침이 자살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인 표준 치료를 제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진료지침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지원을 받은 ‘주요정신질환 장기추적조사 및 정책 활용 전략 개발’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병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교육·홍보될 예정이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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