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30~44세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남성 집단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5년에 288.2, 2020년에는 251.4이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인 27.3의 약 10배에 이르는 것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캐나다 극지 누나부트(Nunavut) 부족의 자살률의 2배 이상, 브라질 아마존의 과라니(Guarani Kaiowa) 부족의 자살률인 232보다 높다.
본 연구는 한국의 자살률이 계층 간 격차가 크고,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남성 집단의 높은 자살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Angus Deaton)의 ‘절망의 죽음’ 이론을 연상시키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망감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계층 간의 차이에 내포되는 사회적 격차와 정서적 전이가 반영된 결과임을 시사한다.
나아가 기명 교수는 자살을 개인의 정신 문제로 보는 것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신적 고통과 자살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정신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경제적 불리함이 실패의 낙인이 되고 정신적 고통으로 강하게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완충의 장치들이 동반돼야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은 가난, 전세사기 등 사회적 위기와 정신건강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살의 격차를 줄이고,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
기명 교수는 “최근 한국은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 등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행정적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라며, “사회적 취약성을 반영한 적극적인 대응이 자살 예방의 핵심으로, 이러한 정책 과정이 사회적 약자층의 입장에서 사회적 존중과 배려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사회의학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Social Science and Medicine>에 ‘자살률 증가와 감소시기 자살불평등의 변화: 1995-2020년 한국의 상황’(Changes in suicide inequalities in the context of an increase and a decrease in suicide mortality: The case of South Korea, 1995-2020)’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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