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환자 85%가 70대 이상
도파민 생성 안 돼 발생, 단순 노화로 오인해 뒤늦게 병원 방문
완치 힘든 난치성 질환, 정밀 검사와 상담 통해 치료법 찾아야
장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계속해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전체 환자의 약 85%를 70대 이상이 차지할 정도로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 질환이다”며 “최근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 단순 노화로 오인하기 쉬워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파킨슨병은 아직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체 환자의 5~10%는 유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찾은 진료 인원은 12만5526명으로 2017년 10만716명으로 처음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6년간 24.6% 늘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뇌에서 생성이 안 돼 생긴다. 따라서 도파민 제제를 투약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다만 허니문 피리어드(Honeymoon Period)라고 하는 약효 지속 기간은 일반적으로 5~7년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지속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지거나 도파민에 의한 이상 운동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증후군’과는 병태생리학적으로 차이가 있다. 파킨슨병은 주로 흑질(substantia nigra) 도파민 신경세포의 퇴행으로 발생하고 도파민 결핍이 주요 기전인 반면, 파킨슨증후군은 다계통 위축증, 진행성 핵상 마비, 혈관성 파킨슨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도파민 시스템의 손상이 반드시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파민 제제를 투여하더라도 파킨슨증후군에서는 치료 반응이 파킨슨병보다 미미한 경우가 많다.
장일 교수는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고 초기 전형적인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후각장애, 변비, 우울 증상이 우선 나타나 단순 노화로만 인식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잘 살피고 이상 증세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약효 짧아지는 등 부작용 있을 때 '뇌심부자극술' 고려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과 운동 치료가 원칙이다. 수술은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기에 하는 것을 권장한다.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한 ‘호앤야 척도(Hoehn and Yahr scale)’를 기준으로 중기 단계인 3단계 이전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은 약물로 지속적으로 조절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장기적인 투약으로 약효가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약에 의한 부작용이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신경외과적 시술로, 초소형 전극을 뇌의 특정 부위에 삽입해 전기자극을 통해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DBS 장치를 활성화하면 전극을 통해 지속적 또는 간헐적인 전기자극이 제공돼 이상 운동 증상을 완화시키고, 환자의 일상생활의 질(QoL, Quality of Life)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에서 시행하는 뇌심부자극술은 약물치료로 조절이 어려운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DBS는 파킨슨병 치료제의 복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줘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 등 운동계통의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DBS는 파킨슨병으로 나타나는 떨림, 강직, 서동증과 같은 증상을 현저히 호전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DBS에서 전극 삽입 부위는 질환에 따라 다르다. 파킨슨병에서는 대체로 시상하핵(Subthalamic Nucleus, STN) 또는 내부 담창구(Globus Pallidus Internus, GPi)가 표적이 된다. 전극의 표적 부위 선정은 환자의 증상 유형, 약물 반응, 부작용 프로파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이 완치가 힘든 난치성 질환이다 보니 간혹 진단을 받더라도 방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치료제와 치료 기술의 발달로 파킨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고 남은 삶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며 “적극적 치료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신경외과를 찾아 정밀한 검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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