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정맥 3mm이상 돌출하면 시술 치료… ‘잠복성’ 및 유사질환과 감별해야
다리 정맥에는 60여개의 판막이 있다. 판막은 다리로 내려온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심장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판막이 다양한 이유로 약화되면 혈액 역류를 막지 못하고 피가 다리에 몰려 혈관이 팽창하고 구불구불한 혈관이 도드라 진다.
하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리의 부종, 경련, 둔중감, 가려움, 쥐남, 통증, 염증, 작열감 등이 일어난다. 정식 병명은 ‘만성 정맥질환’(만성 정맥부전, Chronic Venous Insufficiency)이지만 흔히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 varicose vein)로 부른다.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색소 침착, 피부 궤양, 피부 괴사 등이 초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맥부전의 위험 인자는 여성, 비만, 가족력, 고령(50대 이상), 임신, 장시간 서 있는 직업이나 생활 습관 등이다. 좌식 생활을 하면서 활동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고지방·고열량 식품을 즐기며 비만 또는 고지혈증이 늘어났고 다리 근육을 덜 써 하지의 근육과 혈관이 약화되는 현대인의 생활 양식이 하지정맥류를 더 늘리는 방아쇠가 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혈류의 역류 여부를 초음파로 판단해 진단한다. 초음파 프로브(probe)를 피부에 대고 역류가 있는지 소리를 녹음한다. 초음파 검사 소리가 개 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 울음 소리로 들리면 비정상이다. 개 짖는 소리는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는 것을 의미하며, 늑대 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 역류의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다리정맥이 원래보다 3mm(라면발 굵기, 3기) 이상 확장되면 시술이 필요한 하지정맥류로 볼 수 있다. 장시간 서 있을 때 혈관이 도드라지고, 통증과 부종이 급격히 심해진다면 하지정맥류를 확신할 수 있다. 다만 초음파 검사 상 혈관 역류가 없는데도 약간의 하지 부종과 통증을 이유로 ‘잠복성’ 하지정맥류라고 둘러대며 수술을 강권하는 의료기관이 많은 만큼 대학병원에서 재진을 받거나, 다른 관련 병원에서 복수로 진단 받을 필요가 있다.
다리에 통증, 궤양, 색소 침착 등 소견이 있다면 정형외과질환(근육통), 류마티스 또는 건선성 관절염, 동맥질환, 신경학적 문제(좌골신경통,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이상근증후군) 등에 의한 것은 아닌지 감별 할 필요가 있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1~2기엔 경화제 주입술, 3기에는 경화제에 고주파나 레이저를 병용하는 복합 시술이 일반적이다. 역류가 있는 복재 정맥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고주파 절제술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고주파나 레이저 시술은 고열로 병든 정맥을 폐쇄해 점차 소멸 시키는 기법이다. 고주파는 레이저에 비해 통증, 멍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열 손상에 의해 신경, 연부 조직, 심부 정맥 등이 파괴될 수 있다. 통증도 동반되고 큰 혈관의 폐쇄에 부적합하다. 다만 레이저보다는 열 손상, 통증이 덜하다. 레이저는 큰 정맥의 폐쇄, 짧은 혈관의 정밀한 폐쇄에 고주파보다 유리하다.
아울러 순간 접착제를 주사하는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체내에 영구적으로 이물질이 남게 돼 면역 거부 반응에 의한 심부정맥혈전증, 정맥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재고해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늘어나는 여름에 가장 증상이 심하고 이 시기에 시술이 가장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나, 실외는 춥고 실내는 난방으로 후끈 해지는 겨울에도 심상 찮게 증상이 악화된다.
이를 예방하려면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를 피하고,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정맥 순환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타킹의 길이가 증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착용이 편하고 피부 과민 반응이 적은 무릎 아래 길이의 스타킹이 권장된다. 수술 후 압박스타킹 착용은 수면 시를 제외한 일상생활 시간에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권고 된다. 스타킹 탄력이 저하되므로 6개월마다 교체하는 게 좋다.
(글 :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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