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에서 발생한 사고로 연구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복합환경 챔버에서 차량의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질식된 상태로 발견됐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복합환경 챔버 내부의 배기가스 배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온도, 습도, 진동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차량 성능을 실험하기 위한 장소로 밀폐된 구조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배기가스 배출 장치의 작동 여부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밀폐 환경과 유해가스의 위험성
밀폐된 작업 환경에서 배기가스가 적절히 배출되지 않을 경우, 작업자는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과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장시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감지하기 어려워 노출 초기 대응이 어렵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복합환경 챔버는 차량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밀폐된 공간으로,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을 경우 내부 공기가 빠르게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배기가스가 빠져나가지 않아 질식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산업현장에서 환기 시스템의 중요성
산업현장에서 환기 시스템은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간주된다. 특히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환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작업자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환기의 중요성은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화학, 건설,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강조돼왔다.
화학산업은 유해가스를 다루는 대표적인 분야다. 생산 공정 중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황화수소(H2S) 등의 가스는 작업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일부 가스는 색과 냄새가 없어 누출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환기 시스템의 미작동은 공정 중 폭발 사고나 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 현장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터널 공사, 지하 공사 등에서는 분진, 배기가스, 메탄가스 등이 발생하며, 환기가 부족하면 질식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하 공간에서는 일산화탄소와 산소 결핍이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환기 시스템과 가스 감지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
제조업에서는 금속 가공, 플라스틱 생산 등의 공정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된다. 용접 시 발생하는 용접흄, 고온 작업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 등이 작업자의 호흡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제조업 내 환기 부족이 만성 호흡기 질환 발생률을 높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질식사고는 환기 시스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기는 모든 산업에서 작업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기 시스템의 강화와 안전 규정 준수를 통해 작업 환경의 안전성을 높이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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