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만 명 이상 사망, 사망원인 4위… 골든타임 사수 여부에 생사·후유증 달려
최근엔 뇌졸중 환자 절반 이상 ‘뇌혈관 내 수술’로 치료, 두개골 절개 많이 줄어
겨울철 고혈압 환자 특히 조심해야… 생활 습관 개선, 정기적 건강 검진으로 예방
김동섭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하고 좋은 의료진과 첨단장비가 준비됐다 하더라도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4.5시간이 지나면 뇌는 회복이 어렵다”며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고, 몸을 가누기 힘들 땐 119에 연락하거나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시간당 2~3명, 뇌졸중으로 사망... 노화와 생활 습관등 원인 다양해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의 질환으로 연간 2만 명 이상이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지난해에는 2만4194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시간당 2~3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셈이다(2023년 기준 2.76명).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한다. 뇌경색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65만3409명으로 7년 전인 2016년 57만3379명보다 약 14%(8만30명) 늘었다. 뇌졸중은 퇴행성 뇌혈관질환 중 하나로 나이가 들수록 환자가 증가한다. 전체 뇌졸중 환자 10명 중 8명이 60대 이상이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흡연, 음주, 서구식 식생활, 운동 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성인병을 부르고,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져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노화하고 점차 약해진 뇌혈관도 영향을 준다. 이외에 비만이나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은 이상지질혈증도 뇌졸중 발병과 관련이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뇌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 못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를 겪을 수 있다. 또 신체 한쪽이 마비돼 한쪽 팔, 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심한 두통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하기도 한다. 시각장애가 발생해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인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조 교수는 “뇌졸중은 고혈압이 있으면 그 위험성이 더 커지는데,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뇌혈관에 압력이 증가하고 뇌혈관이 그 압력에 견디지 못해 터지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 50% 이상 뇌혈관 내 수술로 치료,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예방
뇌졸중 치료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뇌경색으로 막힌 뇌혈관을 뚫을 때 혈전(피떡)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는 ‘약물 재개통술’과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기계적 재개통술’이다.
약물 재개통술은 뭉쳐 있는 혈전을 녹이는 혈전 용해제를 주입해 막힌 혈관에 다시 피가 돌도록 뚫어 준다. 하지만 뚫릴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고 약을 너무 많이 쓰면 자칫 혈관 파열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계적 재개통술은 이 같은 약물 재개통술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법이다.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에 아주 얇은 와이어를 관통시킨 후 그 와이어를 따라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다. 이후 관을 빼면 관 속에 있던 스텐트(그물망)가 쫙 펴지면서 혈전에 엉겨 붙는다. 이때 그물망을 제거하면 혈전도 함께 빠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질환 중 50% 이상이 머리를 절개하지 않는 뇌혈관 내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허벅지에 위치한 다리혈관으로 1㎜ 이하의 얇은 기기를 뇌까지 넣어 치료한다. 뇌혈관이 터졌다면 메꿔주고, 막힌 공간은 뚫어 준다. 뇌동맥류, 경동맥협착증, 뇌동정맥기형, 혈관성 뇌종양까지 총 6가지 뇌혈관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뇌수술이라면 지레 겁을 먹기 쉽지만, 최근에는 혈관 재활이라는 개념이 도입돼 손상된 혈관을 복원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등장하는 등 의료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필수적이다. 특히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금연과 절주로 혈관 건강을 지켜야 한다. 또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뇌졸중은 특별한 응급처치가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는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 혈액순환을 돕는다며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하는데 도리어 자극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가만히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는 것이 좋다”면서 “단 의식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련을 일으킨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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