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건강⑩] "ASMR 시청 시 '델타파' 증가...깊은 수면 유도 효과 확인"
장작 타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심리적 안정, 규칙적인 심박수 유지 등 편안한 몸 상태 만들어
과의존 시 수면 장애 겪을 수 있어 유의 필요
그동안 ASMR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최근 ASMR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나오며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은 ASMR 영상에 의한 뇌파 특성 변화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 뇌 64개 지점에 신경세포들이 전체적 활동을 감지할 수 있는 뇌파 측정 장치를 씌우고 자극적인 영상과 ASMR 영상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ASMR 영상을 시청했을 때 깊은 수면 단계에서 나오는 뇌파인 델타파가 증가했으며 전두엽 부분과 후두엽 부분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ASMR 영상이 공감각을 더 생생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마이크에 입김을 불어넣는 것이지만 귀가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즉 흥분도는 가라앉고 부드러운 자극이 수면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내 몸이 좋아하는 소리는?
ASMR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백색소음, 위스퍼링, 탭핑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많고 많은 소리 중 어떤 소리가 가장 수면에 도움이 될까? 대한전자공학회 ‘자율감각쾌락반응(ASMR) 사운드 콘텐츠의 이완효과 분석’ 연구에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긁는 소리, 구기는 소리, 두드리는 도리, 속삭이는 소리, 자연 소리, 시중드는 소리(머리를 잘라주거나 귀를 파주는 소리 등) 6가지의 큰 사운드 타입을 분류한 뒤 각 타입 별 세부 사운드와 무음을 활용해 뇌파 신호를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사운드를 듣고 각성과 이완 정도를 직접 기재하는 9점 척도표도 함께 활용했다.
◇장작 타는 소리
실험 결과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 얕은 수면 단계와 깊은 이완 상태를 나타내는 세타파 대역이 증가해 수면 유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작 타는 소리는 ‘불’이라는 따뜻한 이미지 연상과 ‘타닥타닥’ 거리는 일정한 소리가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부교감신경이 이완 반응을 보이면서 몸이 휴식과 회복에 들어가는 신호를 받는다.
◇속삭이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도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 속삭이는 소리는 낮은 음성으로 전달돼 일반적인 대화나 강한 소리와 달리 귀와 뇌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뇌에서는 안정감을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음에도 닿은 것과 같은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기에 마음을 안정시켜 쉽게 잠에 들 수 있게 한다.
◇두드리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역시 수면에 도움이 된다. 일정한 간격으로 리듬감 있게 반복되는 소리는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킨다. 소리에 맞춰 심박수와 호흡을 맞추고 수면을 유도한다. 이 소리는 마치 자장가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다. 반복적 패턴을 가진 소리는 뇌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 정신적 피로감을 줄여 수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구기는 소리, 긁는 소리 외에도 먹는 소리, 비비는 소리 등이 있지만 이는 불쾌감이나 과도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내 몸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아 편안한 수면을 찾아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소리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반복해서 들을 경우 익숙해져 수면 효과가 지속되지 않거나 자연스러운 수면 습관을 해칠 수 있다.
소리는 개인차가 있어 보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점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소리를 고른다면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 유도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소리를 들어본 뒤 활용한다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쉴 수 있는 쉼터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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