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건강⑫] 깊은 수면 단계 진입 방해하는 이갈이...피로 누적의 원인
정확히 밝혀진 원인 없어 스트레스와 구강 관리 필수적
눕는 자세를 바꾸거나 따뜻한 물수건 마사지로 이갈이 증상 개선
수면 중 발생하는 이갈이는 일종의 구강 습관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유발해 타인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습관성 이갈이와 간헐적 이갈이 모두 수면 장애와 깊은 연관이 있어 현재 내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갈이가 수면을 망친다
이갈이는 대체로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치아를 강하게 맞물거나 갈아내는 동작으로 소음을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턱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치아에 압력이 가해진다. 이 과정에서 치아가 마모되고 턱에 부담감이 가중된다. 수면 중 근육이 움직여 긴장 상태가 되면 신경계가 활성화된다. 뇌는 각성 상태로 반응해 깊은 수면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주로 비(非)REM 수면 단계의 두 번째(N2)와 세 번째(N3)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의 중간 단계 상태에 해당하며 아직 근육 긴장이 남아있어 이갈이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특히 N2 단계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비수면 단계가 방해받게 되면 신체 회복이 더뎌져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정확한 원인 없는 이갈이
이갈이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심리적 요인, 호르몬 변화, 구강 문제 등의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일종의 스트레스 표현 방식으로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치아를 갈아내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이갈이를 유발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피로가 쌓여 다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악순환 루프가 계속돼 이갈이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몸을 긴장상태로 유지하는 코티솔(cortisol) 분비를 촉진한다. 코티솔 수치가 증가하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melatonin)이 감소해 수면 주기를 깨뜨려 이갈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신경계를 활성화하는 도파민과 평온함을 유도하는 세로토닌도 이갈이에 영향을 준다. 도파민이 과분비 돼고 세로토닌 수치가 불안정하면 깊은 수면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갈이가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즉 코티솔 증가, 멜라토닌 감소, 도파민 과다와 세라토닌 감소 등 호르몬 불균형이 지속될수록 이갈이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강화돼 수면 장애 악순환이 형성된다.
구강 문제 역시 이갈이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정 교합이 있을 경우 상하 치아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턱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유지돼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러운 위치를 찾으려 수축한다. 이는 수면 중에 뇌가 무의식적 시도로 치아를 맞물리거나 갈아내며 턱을 정렬시키려는 행동에서 이갈이가 발생할 수 있다.
잇몸 염증이나 치주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이갈이가 유발될 수 있다. 잇몸이 불편하거나 염증이 있을 때 몸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치아를 갈 거나 이를 꽉 물면서 압력을 분산시킨다. 이갈이와 동시에 치아와 잇몸 질환을 더 악화 시키는 습관이 될 수 있다. 류재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치아보철과 교수는 과도한 치아와 턱관절 압력은 턱관절뿐만 아니라 치아파절 등 영구적 손상을 줄 수 있으며 두통을 유발해 다시 반복 행동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나은 수면과 치아 건강을 위한 한걸음
이갈이는 단순 습관이라고 보기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근육이 과하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류 교수는 이갈이 증상 완화 위해서는 스트레스 상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크게 심호흡을 해 턱과 벌어진 치아 사이 압력을 낮추고 긴장을 이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수면 중 이갈이로 고통받는 일부 사람들은 증상 완화를 위해 치과용 장치인 나이트 가드 ‘이갈이 스플린트’를 사용한다. 이갈이 스플린트는 치아 마모와 파손을 방지하고 턱 근육을 줄여 편안한 수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아 손상을 줄일 뿐 스트레스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것은 아니다.
딱딱한 음식을 씹는 것을 피해 치아와 턱관절 부담을 줄여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취침 점 가벼운 산책이나 반신욕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을 이완 시켜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취침 전 따뜻한 물수건으로 턱을 감싸 주무르며 근육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
수면 자세 변화도 이갈이 개선 효과가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숨을 충분히 들이 마시기 어려운 자세에서 이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똑바로 눕기 보다 옆으로 돌아눕는 자세 등으로 수면 자세를 바꿨을 때 이갈이 증상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조언했다.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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