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건강⑨] 낮잠, 업무 효율과 집중력 높이고 건강에도 긍정적 작용
점심 이후 잠깐 자는 ‘낮잠’은 많은 유익을 가져다준다. 수면 전문가들은 낮잠은 각성도를 회복하고 업무 능률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주장한다. 또한 장기적인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이 있다. 낮잠의 4가지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 기분을 좋게 해준다
우리가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우리 몸에는 뇌 활동으로 나오는 부산물인 아데노신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데노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축적된다. 일정량 이상 쌓이면 뇌가 피곤하다고 느끼게 졸음과 피곤함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데노신이 휴식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때 잠깐의 낮잠은 아데노신 수치를 줄인다. 필요한 휴식을 채운만큼 에너지를 증가시키고 맑은 정신으로 남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20분 정도의 낮잠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는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낮잠을 자면 세로토닌이 충분히 분비돼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체내 피로가 축적되지 않게 한다.
◇ 업무 효율과 집중력을 높인다
낮잠은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영국의 유명한 수면 생리학 전문가 ‘가이 메도우스(Guy meadows) 박사는 하루 10~20분 정도의 낮잠은 집중력을 높여 실수할 위험을 줄이고 업무 효율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연구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승무원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하루 20분 규칙적인 낮잠을 자게 하고, 대조 그룹은 평소처럼 지내도록 했다. 연구 결과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그룹의 업무 집중력과 수행 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 장기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낮잠은 잠깐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일 자를란트 대학 연구팀은 약 45분간의 낮잠이 기억력을 최대 5배 정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새롭게 배운 정보를 저장한다.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는 해마가 얻은 정보들을 장기 기억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효과는 특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교 연구진은 하루 90분 정도의 낮잠이 청소년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뇌의 회복과 더불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스위스 로잔 대학교 연구진은 주 1~2회의 낮잠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스위스에 거주하는 성인 35~75세 3,462명의 낮잠 패턴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을 약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48%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낮잠이 어떻게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줄이는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다른 연구 데이터로 보아 낮잠이 혈압을 낮춰주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낮잠, 가장 효율적으로 자려면?
이처럼 낮잠에는 많은 유익이 있다. 대신 낮잠 타이밍과 수면 시간 등 제대로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낮잠을 연구하는 연구들은 “낮잠은 오후 2시 이전에 20분 정도 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강조한다. 오래 자더라도 90분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낮잠은 뇌를 수면 시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휴면기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다시 몸을 일으키고 깨어나기까지 컨디션이 더 나빠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면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낮잠이 수면 패턴을 방해해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오후 3시가 넘어 졸린다면 낮잠보다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짧은 시간 꿀잠을 자려면 다음을 기억하자. 낮잠은 '오후 2시 이전, 20분'으로 잔다. 잠들기 전 잠을 방해할 만한 것들은 멀리 치운다. 창문을 닫고 조명을 끄는 것이 좋다. 낮잠 1시간 전에는 카페인 섭취는 피하자. 신경이 각성 돼 잠을 쉽게 들지 못하게 만든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찾는다. 허리를 펴고 기댈 수 있는 의자 등이 좋다. 책상에 엎드리는 것은 혈액순환이 어려워져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한다.
낮잠을 정기적으로 잔다면 매일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서 자도록 한다. 너무 길게 자지 않도록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두는 것이 좋다. 자고 일어난 후에는 목과 어깨 근육을 부드럽게 스트레칭 해주면 몸이 경직되는 것을 막는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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