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건강⑦] 식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소화기관에 부담 가중
렘 수면에 다다르지 못해 신체/뇌 충분한 휴식 부족...다음날 피로감 누적
야식은 피하고 탄산음료 줄여...2~3시간 가벼운 산책으로 원활한 소화 도와
◇밥 먹고 바로 잠 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들면 가장 먼저 위에서 건강 적신호가 울린다. 누운 자세에서는 위와 식도가 평평해지는데, 이는 위산을 식도로 역류 시키기 쉬운 환경이다. 식도로 역류한 위산은 속 쓰림과 복부 팽만감 같은 불편한 증상을 유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도 속이 더부룩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야식 섭취 후 곧바로 수면에 들면 위가 자극돼 소화불량, 위염, 역류성 식도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체내로 음식이 들어왔다면 수면 상태에서도 소화기관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위와 장이 활발히 움직이며 혈액이 소화기관에 집중된다.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한 곳으로 혈액이 모이면서 몸은 긴장상태로 바뀐다. 수면을 통해 충분히 이완돼야 할 근육들이 긴장 상태를 유지해 깊은 숙면을 방해한다.
에너지가 집중된 소화과정으로 대사활동이 활발해져 체온이 상승한다. 수면 시에는 체온이 서서히 떨어져 자연스럽게 몸의 이완과 숙면이 이뤄진다. 체온이 높게 유지되면 깊은 수면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수면의 질을 저하시킨다.
소화과정에서 분해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린다.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하지만 바로 잠에 들게 되면 인슐린 민감도가 낮아져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혈당이 정상 범주 내로 들어오지 않고 혈당 스파이크를 야기해 수면 중 불안정한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중 가장 깊은 단계인 렘(REM) 수면은 신체와 뇌가 가장 활발하게 회복되는 시간이다. 식후 바로 잠에 들면 소화 장애, 혈당 상승, 긴장 상태 등이 지속되면서 렘 수면 진입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몸은 수면을 통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되며 다음날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밥 먹고 눕고 싶다면 지켜야 할 생활 습관들
일반적으로 식사 후 충분히 소화가 될 때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김희성 일산 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식후 2~3시간은 절대 눕지 말고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을 조언한다. 가벼운 산책은 혈당 조절을 도와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여준다. 또 산책을 갈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의자에 앉아 정상적인 소화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식사와 수면 사이에는 3~4 시간 간격이 필요한 만큼 야식은 자제하는 것이 질 좋은 수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빠르게 소화 시킨 뒤 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탄산음료를 마시고 트림을 하면 소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트림은 위 안의 가스를 배출했을 뿐, 소화가 완료됐다는 신호가 아니다. 단지 트림으로 위의 부치가 줄면서 더부룩함이 사라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기 전 소화를 위한 탄산음료 섭취는 오히려 혈당을 상승시켜 수면 중 각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혈당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허기감이 들 수 있어 수면을 방해한다. 더불어 탄산음료로 인한 더부룩함이 과해져 수면 중 불쾌함을 느끼기 쉽다.
당분은 이뇨작용으로 수면 중 화장실을 자주 가고 싶다는 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수면의 연속성을 끊어 깊은 수면으로 진입하는 수면 초기 단계를 길어지게 해 깊고 안정된 수면을 어렵게 만든다.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탄산음료와 당분 섭취를 줄여 소화기관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먹고 누워야 한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왼쪽으로 더 불룩한 위 구조에서 비롯됐다. 식후 취침은 위장 안 음식물로 인해 위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먹고 2~3시간 소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왼쪽으로 눕는 것이 위산 역류 횟수가 낮아진다. 강동훈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몸의 방향을 좌측으로 돌려 누우면 위 내용물이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쪽에 고이게 돼 위산과 음식물 역류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식후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소화기관을 편안하게 하는 습관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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