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적의 비만약, 비만치료제라 불리는 위고비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비만과 고도비만 등에 대한 관심이 큰데, 현대사회에서 비만은 단순한 의미를 벗어나 만병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중 고도비만은 비만의 가장 심각한 형태를 말하며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다양한 만성질환과 직결된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비만을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고도비만의 경우 치료 목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발간한 ‘2024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비만병 유병률(2022년: 38.4%)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대비 2022년의 고도비만의 경우 2단계 비만병(체질량지수 30-34.9) 유병률은 1.6배, 3단계 비만병(체질량지수 35이상) 유병률은 2.6배로 증가했다.

김종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위장관외과(상부) 교수은 “고도비만은 식이 및 운동요법으로는 일시적으로 체중감량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90% 이상 실패해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병의 근원이자 건강한 삶의 적이라 볼 수 있는 '비만'. 특히 고도비만은 전신 곳곳에 다양한 합병증을 부를 수 있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만병의 근원이자 건강한 삶의 적이라 볼 수 있는 '비만'. 특히 고도비만은 전신 곳곳에 다양한 합병증을 부를 수 있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 고도비만의 진정한 공포, 신체 곳곳에 부르는 합병증


비만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다른 합병증을 부른다는 게 문제다. 고도비만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전신적 대사질환으로 2형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을 들 수 있다. 두부에서는 뇌압상승, 뇌졸중, 백내장 등이 있고 흉부 즉 심폐기능에 관해서는 수면 무호흡증, 천식, 폐 환기 저하 등이 있다.

복부에서 췌장염, 담낭 질환의 발생 빈도도 증가한다. 특히 요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비 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으며 진행되면 간경화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밖에 하지부의 골관절염, 정맥저류, 정맥염 및 통풍을 유발하며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식도암 및 전립선암 등 각종 암의 발병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신체적인 질병 외에도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고도비만 환자의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현재 또는 과거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장 흔한 경우는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이고 이밖에도 각종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도비만환자는 수술 전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들도 파악하고 수술 전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고도비만, 적극적인 수술 치료 필요해

보통 비만은 식이와 운동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그러나 고도비만 환자들은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는 장기적 체중 감량 성공이 매우 어렵다. 연구에 따르면, 고도비만 환자의 약 80~90%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때문에 고도비만 환자는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비만수술법으로는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 위 우회술이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소매 모양으로 잘라내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방식이고, 루와이 위 우회술은 음식 섭취와 소장에서 영양분 흡수를 동시에 줄여주는 수술이다.

루와이 위 우회술은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대사수술로도 효과적이다. 십이지장을 우회해 장 호르몬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2형 당뇨의 호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보다 위암 발병률이 높아 수술 후 남겨진 위 부분에 대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래서 헬리코박터 위염이나 위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남은 위를 절제하거나, 위소매절제술 후 소장을 우회하는 방식의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수술 후, 환자의 약 70~80%가 초과 체중의 50% 이상을 감량하는 좋은 결과를 보이며, 서구 여러 나라의 장기 연구에서도 10년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 하지만 모든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위암 발병 가능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위장관외과(상부) 교수
김종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위장관외과(상부) 교수
◇ 고도비만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 꼭 필요해


고도비만 수술 후에는 소화기관의 구조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 섭취량이 감소한다. 이런 변화로 영양소 결핍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단계적인 식사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직후 끓인 물이나 연한 보리차 같은 맑은 유동식으로 시작해 일주일 사이에는 미음이나 수프 같은 좀 더 걸쭉한 유동식을 섭취한다. 이후 2~4주 동안에는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면서 점차적으로 식사량을 늘려가고 단백질 보충제를 함께 섭취하여 근육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종합비타민, 무기질과 같은 미량 영양소를 적절하게 보충하여 영양 불균형을 예방하길 권한다. 단계적인 식사 관리는 수술 후 불편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다.

체중 감소는 고도비만 수술의 중요한 목표지만, 체중이 감소된 이후에도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체중 감량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먼저 규칙적인 식습관을 통해 폭식이나 과식을 방지하고,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아울러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 활동을 통해 칼로리 소비를 늘려야 하며, 감량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교수는 "주의할 점은 갑작스럽게 운동량을 크게 증가시키면 호르몬 대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식욕 관련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식욕을 더 자극해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양질의 식단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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