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HMS),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 검출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진단 플랫폼 SCOPE(Self-amplified and CRISPR-aided Operation to Profile Extracellular Vesicle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관찰하여 암 조기 진단이나 치료반응 모니터링, 종양 재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액체 생체검사법은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하여 암을 진단하고 모니터링한다. 종양 세포가 증식, 사멸 등 변화하는 과정에서 분비하는 특정 DNA나 RNA 등의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것으로 기존의 조직 생체검사법이나 영상진단법보다 간편해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액체 생체검사법에서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체액 내 바이오마커를 정밀히 탐지해야 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그동안 임상에서 적용이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SCOPE는 종양 세포가 방출하는 세포 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의 mRNA(messenger RNA, 메신저 RNA)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13a)를 이용해 대폭 증가시켜 감지해 그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진단 플랫폼을 동물모델에 적용해 극소량(40㎕, 마이크로(10-6)리터)의 세포 외 소포체 샘플만으로도 초기 폐암을 진단해내었고, 대장암 환자의 샘플에서는 기존 PCR 검사보다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하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SCOPE 플랫폼은 16개의 샘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결과도 40분 만에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국내 분자진단 전문기업 ㈜레보스케치와 협력해 소형화하여 기존의 복잡한 장비 없이도 의료현장이나 연구 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생명연 강 박사는 “SCOPE는 기존 방법으로는 어려운 주요 암 돌연변이를 전례 없는 수준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라고 이번 성과를 소개하며 “여러 암 관련 바이오마커를 간소화된 방법으로 감지하여 암 진단과 모니터링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는 “SCOPE는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기존 영상진단 이전에 종양의 분자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7일 세계적인 저널인 Nature Biotechnology(IF 33.1)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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