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아픈 곳이 있어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증상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거나 일상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 있어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고양이에게는 고관절 이형성증, 관절염, 인대 손상 등이 있고, 강아지에게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 전십자인대파열, 슬개골탈구가 주로 발생한다.

이 중 슬개골탈구는 소형견에게 특히 잘 나타나는 질환이다. 슬개골은 무릎 관절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작은 뼈로 정강이뼈와 대퇴골 사이에서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압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슬개골이 정상적이 위치에서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슬개골탈구라고 한다.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슬개골탈구는 통증으로 인해 걷다가 갑자기 깨갱거리는 경우, 절뚝거리는 경우, 한쪽 다리 들고 걷기, 다리를 만지려 할 때 예민한 반응,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하여 촉진 검사나 방사선 촬영을 통해 진단받아야 한다.

슬개골탈구는 탈구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1기와 2기는 초기 단계로 증상이 미미하다. 1기의 경우 슬개골을 손으로 누르면 탈구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2기는 1기와 달리 손으로 눌러야만 탈구된 슬개골이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가며, 이때부터는 뛰거나 점프할 때 갑자기 다리를 드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3기는 손으로 밀어야만 슬개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금방 다시 탈구된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지속적인 탈구로 인해 관절염이 질행될 위험이 높아지며 내과적인 치료보다는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4기는 완전히 탈구된 상태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 슬개골탈구 4기는 관절의 심각한 손상과 통증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다리 모양이 ‘O’자 형태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슬개골탈구수술을 진행하여 슬개골을 안정화해야 한다.

수술은 반려견의 체중, 탈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술 방법은 ‘활차구 성형술’과 ‘경골 결절 변위술’ 이다. 활차구 성형술은 슬개골이 지나가는 고랑이 얕을 때 이를 더 깊게 깎아 주는 수술로 주로 소형견에게 적합하다. 경골 결절 변위술은 슬개골이 고정되는 위치를 변경하여 슬개골이 제자리에 머물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은 경골을 부분적으로 절단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이 포함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수술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숙련된 실력을 갖춘 수의사와 충분히 상의 후 치료 계획을 세워야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슬개골 탈구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슬개골탈구는 어쩔 수 없지만 외적 요소에 의한 슬개골탈구는 가정에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선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비만은 슬개골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탈구 위험을 높이므로, 적절한 식이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또 미끄러운 실내 바닥에서는 슬개골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카펫이나 미끄럼방지 매트를 깔아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아 미끄럼 방지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이 외에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관절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슬개골 탈구 또한 조기에 발견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예후가 좋다. 적절한 예방과 관리를 통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더울 오랜 시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글 :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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