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은 재발이 잦은 질환으로 치료 후에도 지속적이 관리가 필요하다. 제때 치료받지 않거나 관리 소홀로 만성 질염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경우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항생제 치료 후에도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질 내 분비물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간혹 의료진과 상의 없이 검증받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이런 시도는 질염을 더욱 심해지거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의 질 안에는 락토바실러스라는 균이 서식하는데 이 락토바실러스는 젖산을 분비해서 질 안의 산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질 내 산도가 낮아지고 젖산, 과산화수소와 같은 물질이 분비되면 다른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 질 내 감염이 줄어들 수 있다.
유산균이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이러한 유산균이 질 내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질 유산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 건강에 좋은 유산균과 질 건강에 좋은 유산균은 다르기 때문에 질염 예방과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서 복용해야 하는 유산균은 구별해야 한다. 즉, 일반 유산균은 장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균주 위주로 함유되어 있다면, 질 유산균은 건강한 여성의 질에서 분리한 균주 위주로 함유되어 있다. 균주의 종류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질 건강을 위해서라면 질 유산균을 따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건강을 지키기 위해 질유산균 제품을 고를 때, 제품에 해당하는 균으로 임상시험이 이루어져서 질염의 예방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 중에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하여 효과를 입증할 만한 연구를 시행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예방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락토바실러스 균주는 Lactobacillus rhamnosus(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R1와 Lactobacillus reuteri(락토바실러스 루테리) RC14 이므로, 가능한 이 두 균주가 포함된 제품을 복용하는게 좋다.
아직 먹는 유산균의 적정 투여 용량에 대한 특별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질유산균을 복용할 때 효과를 보였어도 복용을 중단하면 효과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유지 효과 기간은 다양하지만 짧으면 2주에서 길게는 4개월 정도다.
하지만 질 유산균 자체만으로 질염의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질 유산균 복용이 일반 상재균에 의한 잦은 재발성 질염 발생을 줄여주는 예방 및 보조 역할을 하고, 실질적으로 이미 생긴 질염을 치료하는 치료제 역할은 소독 및 치료가 따로 필요하다 뜻이다. 보다 효과적이고 빠른 치료를 기대한다면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은 후 본인에 맞는 맞춤 처방을 받아야 한다.
잦은 질 세정제 사용, 성관계 등으로 질 내 산도가 변화하여 질염이 유발되기 쉬우므로, 평소 질염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질 세정제를 사용하고, 되도록 몸에 꽉 끼는 옷이나 질 부위를 습하게 하는 환경은 질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이 좋으며,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질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증상이 지속될 때는 늦지 않게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서초봄산부인과 최노미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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