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헬여성의원 정현정 원장
서울라헬여성의원 정현정 원장
임신한 여성의 20% 정도가 3개월 이내에 자연유산을 겪는데, 세 번 이상 반복적으로 자연 유산이 생길 때 ‘습관성 유산’이라고 한다. 습관성 유산은 전체 가임기 여성의 1% 정도이며, 기본적인 검사만 했을 때 50~75% 정도는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고, 모든 검사들을 다 해볼 경우에도 30% 정도는 원인을 찾지 못한다. 아기집이 생기기 이전에 임신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고 임신이 종결되는 ‘화학적 유산’도 세 번 이상 반복되면 습관성 유산에 준하는 검사를 하고 치료하는 것이 예후에 좋다.

자연유산이나 습관성 유산의 원인 중 가장 많이 손꼽히는 건 염색체 문제다. 특정 유전자의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자연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하는 것도 염색체와 관련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염색체 이상을 가진 난자가 증가하고, 난자의 감소 분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연구 논문들도 있다. 그래서 세포에서 에너지 레벨을 높이기 위해 코엔자임큐텐 같은 항상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궁의 구조적인 문제로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궁은 역삼각형 모양으로 생겨야 하는데, 하트 모양으로 생겨서 자궁의 지붕 부분이 피가 통하지 않는 딱딱한 격막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는 그 부위에 착상이 되면 임신 8주 정도에 자꾸 유산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자궁격막을 절제하는 수술로 임신을 유지시킬 수 있다. 또한 몇 차례 유산으로 자궁 내막 안에 유착이 심하게 생겼을 때도 유산이 될 수 있는데, 자궁 내 유착을 수술적으로 교정해주면 임신 유지를 성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정자의 DNA 손상에도 많이 주목하고 있다. 정자가 어떤 이유로든 DNA 손상이 많이 된 경우에는 임신이 되더라도 유산이 잘 된다. 그래서 정자 DNA 손상을 예방할 수 있게 남편은 금연이 필수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복부 비만을 줄이고, 항산화제도 잘 복용하고,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으면 잘 조절하는 등 남자들의 노력이 건강한 임신에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검사를 다 해봤는데도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치의와의 세밀한 문진을 통해 유산을 잘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몸무게 등을 파악해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불명으로 고생했는데 금연이나 다이어트만으로도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사례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원인 불명 습관성 유산의 치료 중 하나로 ‘텐더 러빙 케어(Tender loving care)’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란부터 착상, 임신 초기까지 세심한 관리를 기울이는 치료법인데, 의사에게 텐더 러빙 케어를 받은 습관성 유산 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출산을 하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꽤 많이 본다.

‘텐더 러빙 케어’의 첫 단계는 배란 시기를 잘 체크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해 계획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후 착상이 될 무렵에는 항체호르몬과 프로게스테론, 그리고 베이비 아스피린을 투약하면서 착상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임신이 되면 예전에 임신이 유지되었던 주 수를 한 주 지날 때까지 매주 내원해 초음파로 아기가 잘 크는지 확인을 한다. 실제로 습관성 유산 환자들은 예전에 유산됐던 주 수가 다가올수록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하는데, 이때 텐더 러빙 케어가 심리적인 안정과 지지를 주는 효과가 큰 편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착상기와 초기 임신 기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찰되므로, 이 시기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긴장도와 스트레스를 낮추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습관성 유산의 치료 예후에 도움이 된다.

습관성 유산이 세 번 이상 됐어도 치료나 원인 교정을 통해 그 다음번 임신에서 원만하게 출산한 경우가 65% 이상이다. 유산이 반복되면 심신이 지쳐 좌절하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습관성 유산은 잘 치료되어 출산에 성공하니 끈기와 노력만 갖춘다면 희망적이다.

(글 : 서울라헬여성의원 정현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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