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ON동물병원 전웅섭 원장
따뜻한ON동물병원 전웅섭 원장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한민국 내 반려동물 수는 약 1,500만 마리에 달한다. 반려견·반려묘와 생활하는 반려인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반려동물의 건강일 것이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들 중 예방접종도 중요하지만, 수의사의 입장에서 중성화수술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중성화수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병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컷의 경우 고환암, 전립선 질환 등이 있고 암컷은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암컷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중 자궁축농증은 치사율이 25%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자궁축농증(Pyometra)은 암컷 동물의 자궁에 고름이 차는 심각한 질병이다. 주로 8세 이상의 중성화되지 않은 암컷에게 발생한다. 주된 원인은 호르몬 변화와 세균에 의한 감염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으며 빠른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감염에 따른 복막염과 전신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패혈증이란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신장, 간, 심장 등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자궁축농증은 개방형과 폐쇄형 두 가지로 나뉜다. 개방성 자궁축농증은 자궁 경부가 열려 있어 붉은색이나 갈색의 피고름이 외부로 배출된다. 따라서 보호자가 쉽게 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폐쇄형은 자궁 경부가 닫혀 있어 고름이 자궁 내에 갇혀 있기 때문에 복부가 팽창하는 모습을 보일 뿐 외부로 흘러나오는 분비물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식욕 부진, 구토,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두 가지 유형 중 진행 속도가 빠르고 더 위험한 것은 폐쇄성 자궁축농증이다. 따라서 자궁축농증이 의심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우선 동물병원에 내원하면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체온, 호흡 수 등을 측정하고 복부를 촉진해 통증이나 팽창 여부를 살핀다. 이후 혈액검사를 통해 간과 신장의 기능을 점검하고 CBC검사로 백혈구 수치 변화를 확인해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는 방사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가 있다. 방사선 촬영으로 자궁의 크기와 형태를 파악하고 초음파 검사로 자궁 내 액체의 존재를 확인한 뒤 진단을 내린다.

자궁축농증 진단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자궁 및 난소 절제술을 진행한다. 이 수술은 자궁과 난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으로 감염된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 또는 수술 전 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는 등의 이유로 수술이 불가한 경우 항생제 투여나 호르몬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으며 재발 가능성 또한 높다.

자궁축농증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중성화수술이다. 중성화수술은 자궁과 난소를 제거해 호르몬 변화와 자궁 감염의 위험을 완전히 없앤다. 만약 내 반려동물의 새끼를 볼 계획이 있다면 평소에 적절한 영양 공급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반려동물 생식기 부위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발정기나 출산 후에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 조치를 꾸준히 실천하기를 바란다.

(글 : 따뜻한ON동물병원 전웅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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