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문 국가가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일 경우 황열, 콜레라, A형간염, 장티푸스, 소아마비 등의 예방접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출국 2주 전에 해당 백신을 맞는 게 필요하다. 또 말라리아 풍토병 지역을 방문할 경우 예방약을 보건소, 종합병원(감염내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토록 한다.
이들 지역을 포함해 여행국 현지에서는 낙타, 조류 등 신종 감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매개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모기나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감염병을 제외하고 주의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다. 비행기 이코노미석과 같이 좁은 공간에서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항공여행하는 승객들에게 종종 발생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다리에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을 주로 의미한다.
오랜 시간 좌석에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고 아프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맥혈전증이 잘 생기는 이유는 간명하다. 첫째 비만하면 혈전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증가한다. 그 위험은 체중에 비례하며, 대체로 비만인은 움직임이 적어 이런 성향이 높아진다.
둘째는 흡연이다. 담배가 폐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심장혈관이나 말초동맥에도 해를 미쳐 혈관막을 손상시키고 혈액이 쉽게 엉겨 붙게 만든다. 이에 따라 혈전색전증 위험이 증가하며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 상승한다.
셋째는 임신이다. 혈류 속에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혈액응고 성향이 교란될 수 있으며, 태아 자체가 복부와 골반의 혈관을 누르면서 혈액 흐름을 막아 혈전 생성을 부를 수 있다.
넷째는 암, 감염질환, 내분비질환, 염증성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만성 기저질환이다. 이런 질환을 가진 사람은 비정상적인 혈전이 더 쉽게 생기는 경향을 보인다.
다섯째는 오랜 와병 생활과 장시간의 비행기여행이다.
여섯째는 과거의 혈전색전증 병력이다.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색전증에 걸렸던 사람의 3분의 1에서 10년 안에 이런 질환이 재발한다는 통계다. 특히 재발했을 때는 과거보다 혈전이 더 많이 생기게 된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심부정맥혈전증)은 좁은 기내에서 다리를 펴지 못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심장으로 가야 할 다리정맥의 혈액이 정체되면서 응고돼 혈전(피떡)을 생성하게 된다. 만약 혈전이 폐를 막으면 갑작스럽게 돌연사 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비단 비행기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비좁은 차 안이나 사무실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직장인에게도 발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질환의 초기 증상은 다리가 저리고 부기가 나타나는 것이어서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피가 고이게 되면 보행이 불편할 만큼 다리가 탱탱 부을 수 있다. 더 악화되면 점차 숨이 가쁘거나 답답해지고 흉통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발병 기저 원인을 갖고 있거나 초기 단계로 의심될 경우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혈전색전증 고위험군으로 의심되면 항공여행 약 한 달 전에 혈액점도 검사를 해서 혈전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혈액점도가 높아 고위험군으로 확인되면 비행기 탑승 2~3일 전부터 아스피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게 좋다. 이와 함께 혈전 형성 가능성을 높이는 체내 노폐물 배출에 도움되는 전기자극치료(엘큐어리젠요법), 디톡스요법 등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한결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응급상황에 대비해 대응 가능한 국내외 의료기관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 준비 태세를 갖춰놓도록 한다.
한편 림프부종 환자가 장기간 비행기 여행을 하면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압과 온도가 떨어지며 림프계 순환이 방해받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성향이 있거나 림프부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해외여행에 나설 경우에는 미리 부종 부위에 의료용 압박스타킹이나 압박붕대를 착용하거나, 마사지치료(도수림프배출법)나 전기자극치료를 받아 증상 악화를 예방하도록 노력한다.
장거리 비행 시에는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움직여 주는 게 좋다. 또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몸을 옥죄는 타이트한 옷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글 : 연세에스의원 심영기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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