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치료는 ‘혈소판 활성도’ 조절… 연구 결과 ‘응고 강도’ 역시 중요한 인자임을 밝혀내
- 2,512명 환자대상 분석, 2024년 유럽심장학회지(피인용지수 37.6) 최근 발표

중앙대학교광명병원(병원장 이철희)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공동연구팀이 혈액의 ‘응고 강도’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의 질환 재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규명해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우리나라도 암에 이어 2위다. 통계청의 자료(2022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으로 33,71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도별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특히 심근경색과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재발률이 높아 시술을 받은 후에도 주의를 요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왕관모양의 동맥혈관으로, 이 혈관이 혈전으로 인해 협착되거나 막히는 경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류가 감소하고 심장근육의 손상을 초래한다.

현재까지의 스텐트 시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PCI)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표준치료는 이제항혈소판요법(DAPT: 아스피린 및 ADP P2Y12 수용체 억제제 동시 사용)으로,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통해 혈전 생성을 억제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장기적인 이제항혈소판요법은 관상동맥질환 재발 예방 효과가 미비하고 오히려 위중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ADP 수용체 억제제는 약제에 따라 항혈소판 억제력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등도 억제제(예:클로피도그렐)에 비해 강력한 억제제(예: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의 사용은 급성기에는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 개략도
연구 개략도

‘응고 강도’, 또 하나의 중요 위험인자
고전적으로 동맥 혈전은 ‘혈소판 활성도’에 의해서, 정맥 혈전은 ‘응고 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실험실적 연구 및 임상자료를 보면, 영향에 차이는 있어도 다양한 질환에서 혈전 발생에 두 가지 요소가 다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예로, 심방세동 환자의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중 항응고제 리바록사반을 아스피린과 병용 사용하는 경우, 아스피린 단독 사용에 비해 혈전 발생을 24% 감소시켰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학계의 흐름에 따라, 정영훈·권오성 교수 연구팀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 2,5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중재술 직전에 모든 환자에서 ‘혈소판 활성도(VerifyNow 검사, PRU)’ 및 ‘응고 강도(TEG 검사, MA)’를 측정했고, 중재술 후 4년간의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혈액의 ‘응고 강도’가 관상동맥질환 재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이 위험인자가 항혈소판제에 의한 재발 예후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혈소판 활성도’, ‘응고 강도’의 균형 잡힌 조절이 핵심
연구에 따르면 높은 ‘응고 강도’ 및 높은 ‘혈소판 활성도’를 동시에 가진 경우, 4년 동안의 재발율 및 발생 위험이 각각 46%, 66%가 증가했다. 정상 ‘응고 강도’를 가진 경우 ‘혈소판 활성도’ 척도에 따라서 출혈 위험이 3.1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스텐트 시술 이후 재발 발생에 있어서 두가지 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은 향후 환자 맞춤 치료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병원측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는 “아직도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고 이제항혈소판요법을 유지하더라도 심혈관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연구는 이들 환자에서 혈전 사건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 사용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 치료 방침의 한계성을 대규모 임상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한 기념비적인 연구라 하겠다”고 평가했다.

(좌측부터) 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좌측부터) 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연구책임자인 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는 “’응고 강도’는 동맥경화증의 진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동맥혈전증 발생에도 혈소판 및 염증과 함께 중요한 견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혈전 탄성도 검사(TEG)를 통해 측정한 ‘응고 강도’가 고위험군에서 중요한 예후인자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다양한 항응고제의 개발과 함께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 확인이 올바르게 된다면, 기존 이제항혈소판요법 위주의 치료방침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피인용 지수 37.6, 저널 영향력 지수 백분위 99.3) 2024년 7월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