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다양한 기능을 통해 강아지, 고양이의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한다. 신장은 체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해 소변으로 내보내고 수분 및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한다. 또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배출해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며, 체내 산-염기 균형을 유지해 혈액의 적절한 pH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신장 질환이라고 한다.
신장 질환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신부전과 만성신부전은 신장 기능 저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 진행 속도, 증상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급성 신부전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며 갑작스럽게 진행된다. 주로 감염이나 독성 물질에 의한 신장 손상, 요도 폐색이 원인이다. 만성 신부전은 서서히 신장 기능을 잃어가는 질병으로 암, 심장병과 더불어 반려동물 3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만성신장질환은 강아지보다 고양이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유전적 소인으로 발병할 수 있어 페르시안, 메인쿤, 렉돌 등과 같은 품종묘는 주의가 더 필요하다. 이 외에도 감염, 노화, 만성 염증, 당뇨 등이 원인이다. 만성 신장질환은 주로 ▲구토 ▲체중 감소 ▲빈번한 배뇨 ▲식욕 부진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신장 기능을 70% 이상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급성 신장질환의 경우, 원인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신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집중 치료가 가능할 수 있지만 만성 신장질환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불가하다. 따라서 만성 신장질환 강아지, 고양이는 신장에 부담을 줄여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치료한다.
앞서 말했듯 만성신부전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그중 SDMA검사를 반드시 진행할 것을 권한다. SDMA는 체내에서 생산되는 아미노산 대사 산물로 90% 이상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 크레아티닌, BUN 수치 등 혈액검사 항목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신장이 75% 이상 손상되었을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SDMA 검사는 신장 기능이 20~40%만 손상돼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만성신장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의 신장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우선 너무 염분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염분은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장 건강을 위해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해야 한다. 만약 반려견 · 반려묘의 음수량이 너무 적다면 건사료 대신 습식 사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체중은 신장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식이 관리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소중한 반려동물이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 신장 건강 관리에 신경 써 주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관리와 예방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글 : 24시독스동물병원 백승규 원장)
김지예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