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환자들 중 대다수는 본인의 난청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 가족들의 말소리에 비해서 유독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다른 사람들은 잘 듣는 소리를 혼자만 잘 듣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난청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여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2011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도 난청인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2배 (1.89) 높았다. 중등도 난청인은 치매 발병 위험이 3배, 고도 난청인은 약 5배 (4.94) 높다.
난청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청력이 저하되면 말소리를 인지하기 어려워져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사람들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로 인해 외부 활동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활동 범위가 제한된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염증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치를 높임으로써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치매나 인지력 저하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경도의 난청이라도 난청이 발생하면 청각 정보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뇌는 소리가 들렸을 때, 이를 바탕으로 언어를 이해하거나 언어가 아닌 소리라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뇌의 인지력을 사용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뇌가 그만큼 일을 덜 하게 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인지 능력은 감소하게 된다. 이것 역시 인지장애나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난청이 생겼을 때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매나 인지장애 예방에 효과적이다.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말소리가 잘 들리면 청각정보를 잘 전달받을 수 있고, 사회적 고립을 사전에 막아서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나마 난청의 증세가 나타나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고 결과에 따라 보청기를 포함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도의 난청이라도 방치하면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글 : 서울아산이비인후과의원 송찬일 원장)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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