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물병원김정희수의사
잠실동물병원김정희수의사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오면 고소한 음식 냄새와 반가운 얼굴들로 집안이 가득 찬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없는 명절일수록 보호자는 반려동물에게 더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설날 음식 중에는 반려동물이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첫 번째로 기름진 음식을 조심하자. 동그랑땡, 동태전, 튀김 등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다. 이런 음식을 반려동물이 섭취하면 급성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절 기간 동물병원에 응급 내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로 췌장염이다. 급성췌장염은 복통이 동반되기 때문에 무기력,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강아지의 경우 복통을 달래기 위해 머리와 앞다리를 낮추고 뒷다리를 세운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조심해야 할 음식은 뼈 있는 음식이다. 갈비찜처럼 뼈가 붙어 있는 음식은 급하게 섭취하다가 목에 걸릴 수 있다. 또 생선가시나 닭뼈처럼 날카로운 조각으로 쪼개지는 음식은 식도에 걸려 식도염, 식도천공을 유발한다. 뼈 음식은 보호자가 급여하지 않아도 반려동물 스스로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섭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쓰레기통에서도 치워 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마늘, 양파, 파가 들어간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세 가지 채소 모두 대부분의 음식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일 것이다. 마늘, 양파, 파에는 강아지·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성분인 알릴프로필다이설파이드(Allyl Propyl Disulfide)가 있다. 적혈구가 파괴되면 빈혈, 혈뇌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반드시 반려동믈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제지해야 한다. 양파와 마늘은 가열을 해도 반려동물에게 위험하므로 조리된 것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한 명절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호박, 고구마, 당근처럼 반려동물에게 이로운 채소도 있고 과일 중에는 수박, 멜론 등 또한 알러지가 없다는 가정 하에 반려동물이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다.

명절이 오면 음식 외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또 있다. 만약 장거리 이동이 예정되어 있는 반려가족이라면 반려동물 멀미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호텔보다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멀미를 하는 반려견의 경우, 미리 주치의와 상담 후 동물병원에서 멀미 예방용 약을 처방받아 이동 1시간 전 먹이는 것을 권한다. 아직 차량 탑승이 어색한 아이라면 장시간 이동에 앞서 조금씩 차에 타는 시간을 늘려 차량 이동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멀미를 할 가능성을 고려해 출발하기 3시간 전부터는 금식을 하고 이동 중 수분 섭취를 위한 휴대용 물병을 챙기기를 바란다. 차량 이동 중 구토 증상, 헥헥거리거나 침을 흘리는 모습 등을 보인다면 강아지가 멀미 중인 것이다. 장시간 차량 이동은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답답함을 느낀다. 따라서 자주 휴게소에 들러 공기를 쐬게 해 주고 산책하며 배변 활동을 해 주면 반려견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절이 되면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반려동물이 많아진다. 보통 반려견은 앞서 말한 잘못된 음식 섭취로 인해 방문하고 반려묘는 낯선 사람들의 방문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많이 방문한다. 따라서 보호자는 반드시 근처 동물병원의 진료 시간을 파악해 두고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처할 약을 구비해 둘 수 있도록 하자.

(글 : 잠실동물병원 김정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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