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학부모 ‘갑질’에 공분하는 이유는, 갑질을 행하는 부모들이 자식을 대할 때와 교사를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고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배려하지만, 교사에 대해서는 공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대체로 과도하며 과잉보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내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데, 정반대로 행동하는 모습에 자녀에 대한 애정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왜 ‘갑질’ 학부모들은 자녀에게는 과잉보호 경향을, 선생님에게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까?
특권의식을 자녀에게 투영
자기애성 인격 성향(Narcissistic personality trait)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중요성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인식하며, 자신은 특별 대우를 받을 권리와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특권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권의식은 자연스레 규범에 대한 경시와 타인의 권리 침해에 대한 무감각한 태도를 갖게 만든다. 자신에 대한 특권의식을 자녀에게 투영시키게 되면, 자녀 또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권을 침해하게 될 수 있다. 특권의식을 가진 부모는 자녀 또한 자신에게 귀속되는 존재라 생각하기 쉬워 교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가혹한 기준을 요구하거나 조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의 문제로 인해 느낀 부정적 감정을 투사
자녀의 건강이나 발달 영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는 감정적으로 큰 시련을 겪는다. 자녀가 겪은 문제에 대해 부모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이러한 감정적 고통과 죄책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는 무의식적 방어 기제를 만들어 낸다.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나 욕구가 용납되지 않아 불안을 느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욕구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ADHD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문제 행동으로 인해 아이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이 감정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오히려 아이 편을 들며 과잉보호하는 것은 반동형성의 예시이다.
투사(projection)는 용납되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타인에게 덧씌워 버림으로써, 타인이 갈등 상황을 먼저 만들었다고 믿게 되는 방어 기제이다. 예를 들어 교사가 아이의 문제 행동을 정당하게 지도하였을 때, 아이에게 무의식적 분노를 느낀 부모는 반동 형성으로 인해 오히려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아이에 대한 분노가 교사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어 투사되면, ‘아이는 문제가 없는데, 교사의 지도가 적절치 않았다’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교사에게 공격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부모의 심리문제
학부모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으로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분노를 느낄 때 격하게 화를 내며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보이는 ‘간헐적 폭발 장애’가 대표적이다. 출산 당시 발생한 산후우울증이 해결되지 않고 만성화된 경우에도 갈등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 학부모의 성장 과정에서 학창시절 교사에 대한 상처를 경험하거나 불신이 형성되었을 경우에도 교사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학부모의 ‘갑질’은 부모-교사 간의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정서와 학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과보호 성향이 있는 부모의 자녀들은 불충분한 자아 효능감을 가지며, 학교생활에서 번아웃을 느낄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길은 교사와 학부모가 건전하고 협조적인 동맹을 맺어 아이를 올바르게 지도하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협조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심리적 요인이 있다면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되돌아보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 :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 서현정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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