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헬여성의원김명희원장
서울라헬여성의원김명희원장
1978년에 시작되어 40여년이 넘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비해 난자 냉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유리화 동결법의 안정성이 구축되고 2013년도에 국제학회에서 '난자 냉동은 더 이상 실험적인 치료가 아니라 충분히 임상적으로 권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다'라고 선언을 한 이후로 세계적으로 늘고있는 추세다. 앞으로도 여성의 늦은 결혼과 사회적 성취 이후로 출산연령을 미루어 임신을 하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난자 냉동은 가임력 보존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난자 냉동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확립된 것은 난자를 냉동하고 해동하는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10개를 냉동해도 2~3개 정도만 해동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난자의 해동 성공률이 배아의 해동 성공률을 따라잡고, 해동된 난자의 수정율도 70~80% 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생성된 수정란을 이식했을 때의 임신성공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럼 몇 개의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이 향후 성공적인 출산을 위해 필요할까? 물론 난소기능에 따른 개인차도 분명이 있지만, 보통은 여성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난자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75%의 누적 생존아 출생률을 위해서는 34세 이하에서는 10~15개, 35~37세는 15~20, 37세 이상은 20개 이상의 난자를 냉동하길 권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배란 유도 및 난자 채취 시술이 반복적으로 필요할 수 있으므로, 난소나이 검사 및 초음파 등의 자세한 진찰과 상담 후 난자 냉동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우는 것이 추천된다.

난자 냉동 시술과 관련해서 여성들이 불안해 하는 부분을 짚어 보자면, 먼저 정상적으로 한달에 1개 배란되는 난자를 한꺼번에 여러 개 채취하면 그만큼 폐경이 일찍 되는 거 아닌가하는 우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매달 배란되는 난자 하나는 수십개의 작은 미성숙 난포들의 퇴화와 함께 이루어진다. 즉, 정상주기에서 하나의 배란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난자들은 선택되어 배란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우성난포 하나만 배란으로 연결되는 자연배란과 달리 과배란을 위해 생리 2~3일경부터 난포자극호르몬을 외부에서 투여하면, 그 주기에 퇴화될 운명이었던 여러 개의 난포들이 동시에 자라나서 이것들을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경을 앞당기는 영향은 거의 없다.

또한 이렇게 난자 채취를 하면서 난소를 많이 자극하고 채취를 통해 상처를 주면 혹시라도 난소암 등의 리스크가 높아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시험관 시술을 여러 차례 받은 환자들을 통해서 알려진 바로는 경계성 난소종양 확률이 약간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난소의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에서는 크게 상관 없으리라 여겨진다. 더불어 급성합병증으로 채취시술과 관련된 출혈, 감염, 복강내 출혈 등의 증상이 있을수 있으나 대부분 잘 관리하고 치료되므로 편안하게 시술에 임하면 된다.

냉동한 난자를 오랫동안 보관해야 할 경우, 난자의 퀄리티와 보관 가능한 기간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 '수정란'은 현재 법적으로 최장 5년까지 냉동할 수 있는데, '냉동 난자' 대해서는 아직 냉동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장기간 냉동이 가능하다. 또한 9~10년 이후에도 냉동 난자로 임신에 성공한 보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냉동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냉동 난자의 질 저하는 뚜렷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 서울라헬여성의원 김명희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