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9년간 35% 늘어나... 숨 쉬고 말하고 먹는 기능 모여, 암 생기면 삶의 질에 악영향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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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27일은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두경부암은 이곳 두경부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자세히는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갑상선암도 두경부암에 속한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 건수는 2010년 4143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9년 동안 35% 증가했다.

두경부(頭頸部)는 위, 간, 유방 등 이름만 들어도 이해가 되는 장기와 달리 영역을 이르는 말이다. 머리(頭)와 목(頸)을 중심으로 가슴, 폐 위쪽으로 눈과 뇌를 제외한 부분(부위)을 의미한다. 입, 코, 목, 혀가 모두 여기에 속하고,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중요한 조직이 촘촘히 모여 있다. 뇌로 가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도 많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는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으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두경부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에도 큰 변화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6가지

두경부암은 후두암이나 구강암 중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암 초기 이렇다 할 이상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이미 꽤 진행된 다음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경부암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강 내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통증과 종물(혹)이다. 두경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은데 이들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하면 병원 찾아 전문가와 상담해봐야 한다.

1.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변했다.

후두에 암이 생기면 허스키하거나 거친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목소리 변화가 2주일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구강암이나 구인두암은 입이나 목에 알사탕이 있는 것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변한다.

2. 가래에 지속적으로 피가 섞여 나온다.

기도 특히 후두와 인후에 암으로 인한 염증과 궤양이 지속되면서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피 섞인 가래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3.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

후두와 입 안 쪽에 암세포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면 식사 때 자극을 받아 통증이 느껴지고 음식물을 삼킬 때 곤란함을 느낄 수 있다.

4. 목이 붓고 혹이 만져진다.

암세포가 목 쪽에서 발생하면 목이 붓고 통증과 함께 종물(혹)이 느껴질 수 있다. 혹인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거나 점점 더 커진다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5. 입안의 궤양이 잘 아물지 않는다.

입 안에 빨갛거나 하얀 딱지가 생기는 궤양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한 달 이상 아물지 않을 때도 구강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6. 냄새를 잘 못 맡는다.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이 있으면 단순한 부비동염일 수 있지만 비강 종양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확인하는 게 좋다.

흡연, 음주, HPV 발생위험 약 15배 높여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구강암이나 하인두암에 주로 관여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 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구인두암은 HPV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비인두암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원인이다. 최근 흡연율이 줄면서 기존의 후두암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바이러스로 인한 인두암과 비인두암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두경부암은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소화기 내시경은 금식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사는 금식이나 마취 같은 사전 준비 없이도 가능하다. 추가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두경부 종물의 경우 초음파나 세침흡입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로 두경부암의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얼굴이나 머리 부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 약을 먹었는데도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한다면 두경부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경부암 수술, 후유증 최소화 방향으로 계획해야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진행된 경우 어느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어렵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 수술은 가능한 작게, 기능은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암만 떼어 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을 절제한 후 환자의 남은 삶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두경부는 혈관, 뇌 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복잡하게 위치한다. 먹고 말하는 기능과도 관련이 있어 두경부암의 수술적 절제나 항암·방사선 치료는 여타 부위의 암에 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암으로 조직을 절제하면 환자의 발성, 식이, 연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 중 영양 공급의 방법, 기도 유지 방법, 의사소통의 방법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또 외모의 심한 변형, 목이나 어깨의 운동 장애, 통증, 치아 결손이나 부정교합, 구강 건조증과 구강 점막의 손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정밀하게 하면서 후유증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뿐 아니라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접종하면 두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90%, 2기 70%, 3기 50%, 4기 40% 정도로, 이는 다시 말해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두경부암이 진단부터 치료, 재건, 치료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치료 과정이 긴 편이고 경우에 따라 수술이나 함암 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필요할 정도로 치료가 쉬운 암은 아니지만, 섣부른 두려움보다는 적극적 의지로 치료하고 재활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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