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에어컨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를 심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게다가 에어컨의 과사용은 환경문제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에어컨이 다리 혈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혈액의 역류를 방지해주는 다리 정맥의 판막이 망가지면서 시작된다.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내려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 혈액은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가지고 다시 심장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중력의 영향으로 역류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정맥 내 판막과 종아리 근육이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 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복부비만, 만성 변비, 노화, 임신, 종아리 근육 약화 등으로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하지정맥류가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종아리 부종, 중압감, 핏줄의 튀어나옴, 다리 저림, 열감,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게다가 하지정맥류는 한 번 망가지면 자연 회복이 어려운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하며, 그 이전에 적절한 생활습관으로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는 이유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있다. 혈관은 온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데, 온도가 높아지면 이완되고, 온도가 낮아지면 수축하게 된다. 하지정맥류 환자의 경우 이미 혈관의 탄력이 저하돼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기온이 지속되는 야외에 있다가 에어컨에 의해 온도가 떨어진 실내에 들어서게 되면 혈관이 더 확장되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 환자라면 여름철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은 삼가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실내 적정온도인 24~26˚C를 지키는 것이 좋으며, 폭염 등 높은 기온이 지속되는 야외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숙련된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서울하정외과 우영민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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