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이 뛰어난 람세스 3세는 혼돈의 국제질서 시기에 외적을 잘 막아냈다. 그의 시대에 지중해 연안과 소아시아에서는 이집트를 비롯하여 미케네, 히타이트 제국 등이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바다 민족들의 계속되는 침략에 문명 세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강대국 이집트의 해안 도시들도 대규모 해적 선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약탈을 당했다. 바다 민족들의 위세는 갈수록 더해져, 나일강을 타고 들어와 이집트 내륙도 침략했다.
람세스 3세는 재위 8년째 대규모 군단을 꾸려서 해양세력들과 나라의 명운을 건 전쟁에 나선다. 그는 선단을 이뤄 몰려오는 바다세력을 지중해에서 격퇴하고, 나일강을 통해 상륙한 또 다른 무리와 육지에서 싸워 크게 이겼다. 연이은 대승으로 해양민족들의 위협은 한풀 꺾였다. 또 전쟁에서 잡은 많은 포로를 황폐해진 토지 개간과 치수 사업 등에 투입해 나라 재건에 나섰다.
하지만 국제정세는 여전히 불안했다. 리비아인, 누비아인 등 주변의 많은 민족들과 크고 작은 전투를 계속해야 했다. 거듭된 전쟁으로 농경지 확대도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재해로 흉작이 20년 정도 이어졌다. 아이슬란드의 헤클라 화산 대폭발 여파가 유럽은 물론 지중해 연안과 북아프리카까지 미친 결과였다. 이집트는 물론 주변의 국가들도 농산물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렸다.
지략가인 람세스 3세도 속수무책이었다. 대재앙 앞에 마땅한 대책을 내지 못하는 사이에 굶주린 사람 중 일부는 도둑과 강도로 돌변했다. 민심은 흉흉해지고, 사회 통제력은 약해졌다. 이는 이웃나라와 주변 민족들도 비슷했다. 그의 통치 기간에 해양민족들과 주변 중동 민족들의 침입이 빈번했던 것도 식량 대재앙과 연관성도 있다.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은 기록으로 남은 인류 최초의 ‘빵 파업’으로 이어진다. 토리노 파피루스 문서에 람세스 3세 29년(B.C. 1152)의 파업 기록이 보인다. 그들은 파라오의 무덤 건설을 하던 장인(匠人) 100여명이었다. 피라미드 건설을 하던 근로자들은 테베 서쪽에 위치한 마을인 데이르 엘 메디나(Deir el-Medina)에서 집단거주하며 일을 했다. 근로의 대가는 파라오의 곡식 창고에서 나오는 빵과 보리죽 그리고 생필품이었다.
하지만 나라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급료가 18일 동안 밀렸다. 배가 고픈 근로자들은 파라오(투트모세 3세)의 영안실 사원 점거 후 “빵을 달라”며 연좌 농성을 했다. 근로자들이 농성한 영안실은 신과 소통하는 파라오와 신관만이 출입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한 공간이다.
근로자들은 “급여가 18일 동안 밀린 탓에 굶주리고 있다”면서도 파업 이유를 ‘배고픔’이 아닌 ‘적정생활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들었다. 이는 급여 지연은 물론 급여로 책정된 빵과 보리죽이 생활에 충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근로자들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파라오인 세티 1세(B.C.1290~B.C.1279년 재위)의 신전에 들어가 밤샘 시위를 할 계획임도 밝혔다. 또 강제해산을 시키면 “파라오의 무덤 도굴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신성모독의 극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근로자들의 파업에 람세스 3세는 권력 서열 2위 관료의 명의로 서신을 보내 급여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극심한 재정 압박을 받던 나라에서는 일부 급여만 지급했고, 근로자들의 파업은 반복되었다.
그런데 파피루스의 파업 기록에서 의문점을 찾을 수 있다. 피라미드 건설은 전쟁포로 등의 노예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인식된다. 고대의 노예들이 파업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인권이 유린되기 일쑤인 노예들의 파업은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업을 한 석공과 화공들은 노예 신분이 아닌 전문 기술자들로 자유민이었다.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만드는 특수한 기술을 지닌 전문가였다. 그렇기에 여느 사람보다 많은 자유와 힘 이 있었다. 또한 무덤 건설에 관련된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했다. 대체가 극히 어려운 기술자라는 점에서 파업을 해도 안전이 담보되었던 것이다.
파라오 시절의 전문인력은 주로 빵과 보리죽을 먹으며 힘든 작업을 했다. 빵은 산 사람의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신에게도 봉헌하는 귀중한 양식이었다. 따라서 다양한 빵이 개발돼 종류가 40여가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먹는 빵은 밀가루나 보리가 주성분으로 영양적으로는 부족했다. 천연 발효시 생성된 초산으로 인해 시큼한 맛도 강했다.
요즘 아침 식사를 밥 대신 간편한 빵으로 섭취하는 사람이 꽤 많아지고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밥에 못지않다. 하지만 쌀에 비해 당 수치가 높아 비만에는 좋지 않다. 밀가루는 쌀에 비해 흡수가 빨라 혈당수치를 더 빨리 높이기 때문이다.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에는 단백질과 함께 비타민 B1, 비타민 B2, 비타민 B6, 미네랄, 토코페롤 등이 함유돼 있다. 반면 필수아미노산 리신 등이 부족하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하면 빵은 채소와 육류 등을 함께 먹는 게 좋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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