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의 여론조사에서 종종 역사 인물 중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하는 그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로 통한다. 악성(樂聖) 베토벤은 서양 음악 발달에 한 획을 그은 그에 대해 ‘실개천이 아닌 바다, 화성의 아버지’라는 표현을 했다.
그는 오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음악을 다뤘고 성과를 냈다. 독일의 전통 음악의 완성자인 그는 대위법 예술, 새로운 양식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악의 융합 속에 창의적 요소를 키워왔다. 바로크 음악을 집대성한 그의 대위법과 음악성은 당대의 거장인 베토벤과 모차르트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전통과 미래를 융합한 음악은 종교 테두리를 넘어서고 있다. 교회 음악가인 그의 종교적 작품은 개신교회 예배용으로 작곡했다. 기존의 구교 음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세속적인 음악도 창작했다.
바흐는 유럽 최고의 음악 명문가(家)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신자인 그의 집안에서는 200여년에 걸쳐 50여명의 음악가가 배출됐다. 바이올린 연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바흐는 좋은 환경인 궁정에서 음악사로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궁정에 도입된 신선한 협주곡 양식의 이탈리아 음악을 접한 시기에 푸가, 토카타, 코랄 전주곡의 다수를 작곡했다. 32세에 궁정 악장이 된 바흐는 종교 음악을 넘어선 기악곡 창작에 몰두했다. 활발하고 밝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등의 많은 기악곡을 완성했다. 44세에 성악곡인 마태 수난곡을 작곡했다.
희대의 천재는 숨을 거둔 65세까지 다양한 곡을 썼다. 칸타타, 오라토리오, 미사, 가곡 등 수많은 창작을 했다. 이중 가장 많이 쓴 게 칸타타(Cantata)로 200곡이 넘는다. 노래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Cantare)'에서 유래한 칸타타는 두 종류가 있다. 신앙심을 돈독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서를 기초해 작곡한 종교적 작품과 서민의 일상 이야기나 시대상을 그린 세속적 칸타타가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작품 중에 ‘커피 칸타타’가 있다.
바흐가 5년 동안 쓴 이 곡은 시대상을 반영한 사회적 작품이다. 원 제목은 ‘조용히! 말하지 말고~’이다. 노랫말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할 위트와 유머스럽게 구성됐다. 가사는 바흐와 작품을 오래 한 크리스티안 헨리키가 썼다. 1925년 영국에서 오페라 ‘커피와 큐피드’로 공연되기도 한 작품이다.
바흐가 활동하던 시절의 독일에는 커피의 양가적인 시각이 있었다. 커피가 예술혼을 자극하는 ‘마력의 음료’로 인기를 끌었다. 곳곳에 커피하우스가 등장했고, 지식인과 창작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이단이 마시는 ‘사악한 음료’라는 인식도 여전했다. 특히 의학적으로는 불임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속설로 여성이 커피를 마시는 게 금기시됐다. 커피하우스에는 여성 출입이 금지됐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커피하우스를 찬미하는 샹송이 불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과도기에서 작품은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커피의 향에 푹 빠진 딸은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모스카토 와인 보다 부드럽다’며 마니아의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종용한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마실 경우 결혼을 불허하겠다고 한다.
아버지의 으름장에 딸은 작전상 무릎을 꿇는다. 딸은 아버지로부터 결혼 허락이 떨어지자 혼인계약서에 자유롭게 커피를 마실 권리를 삽입한다. 딸은 결국 결혼도 하고, 커피를 마시게 된다. 미식가인 바흐는 커피를 즐겼다. 그렇기에 커피 칸탄타를 구상할 수 있었다.
커피는 한국인에게 거의 주식(主食)이나 다름없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게 하나의 풍속이 되고 있다. 커피는 그 종류에 따라 비만과 연관이 있다. 설탕과 크림이 많이 함유된 믹스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시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열량이 5kcal에 불과한 블랙커피는 다이어트에 유용할 수가 있다. 약간의 카페인을 식후 섭취하면 대사 작용과 에너지 소비량 증대로 다이어트와 소화에 도움된다. 요즘 유행하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체중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위장관에 부담을 줄 수가 있다. 따라서 비만이나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식후에 열량이 낮은 블랙커피를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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