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된 표, 호스피스완화병동 간호사, 병원, 구단이 도와 표 마련 ... 극적으로 당일 야구 관람
김태현씨(54) 씨는 십이지장암에 걸려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부산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이다.
인천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 프로 야구 구단인 ‘SSG 랜더스’의 열렬한 팬인 그는 주말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SG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관람을 간절히 바랐다. 이런 환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호스피스완화병동 간호사들이 김 씨를 위해 경기관람 예매를 시도했지만, 이미 매진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김씨가 실망할까 봐서 간호사들은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 전략기획실 측이 롯데자이언츠 구단에 김씨 사연을 설명하니 구단 측은 흔쾌히 받아들여 입장권 5장을 무료 제공해줌으로써 김씨가 극적으로 당일 야구 관람을 즐길 수 있었던 거다.
이날 주치의로부터 특별외출 허가를 받고 사직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김씨 일행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홈팀 관중석에서 가슴 졸이면서 원정팀 SSG를 응원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롯데팬들에게 둘러싸인 김씨는 그들과 함께 롯데 응원가 떼창에도 합류했다. 고향팀은 처음부터 롯데를 압도했다. 좋아하는 팀 에이스 김광현이 호투할 때마다 그는 병색으로 가늘어진 어깨까지 들썩였다. 경기하는 두세 시간 내내 그는 고향 인천구장에서처럼 SSG를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그는 내내 즐거워했고, 그에게서 ‘환자’라는 어떤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경기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죽음을 깜빡 잊고 행복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태현씨는 지난 2021년 12월 모 대학병원으로부터 바터팽대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2월 같은 병원에서 원발암이 간 및 폐, 림프절로 전이된 것을 확인하고, 췌십이지장을 절제하는 ‘휘플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실시했으나 김씨가 견디지 못해 1회 만에 중단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김씨는 지난 5월 9일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했다.
이날 김씨와 함께 사직구장을 찾았던 부인 윤경란씨(54)는 “사직구장에서 남편은 아픈 이후에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면서, 특히 “예전에 남편과 함께 테니스동호회 활동을 했던 친구 두 분이 야구장까지 동행해줘서 남편은 더 기뻐했다”며 연신 남편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지예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