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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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Chaplin, Charlie. 1889~1977년). 짧은 콧수염과 지팡이, 굴뚝 모자, 발에 맞지 않는 구두, 균형과 거리가 있는 걸음, 허름한 바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희극 배우다. 독특한 분장, 인간의 내면 관찰, 가난한 사람에 대한 정의감과 한계 등을 바탕으로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희극인이다. 그는 그저 웃음만 주는 단순한 배우, 그저 영화만 찍은 단순한 감독에 머물지 않았다.

세계인에게 코믹한 웃음과 감동을 선물하며 삶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자나 사회학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의 주요 작품인 모던 타임스, 황금광 시대, 독재자 등에는 웃음 못지않게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인간의 삶을 성찰하고,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한 채플린은 연기, 사랑, 우정, 철학 심지어 재판 등을 통해 인생의 희극과 비극을 전했다.

각본 감독 연기 음악 등 영화의 모든 분야에서 재능을 뽐낸 독보적인 대중스타인 그의 가슴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는 코믹함을 넘은 정열의 휴머니스트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에게 삶은 비극이자 희극이고, 영화였다. 채플린의 삶을 잘 설명해주는 어록이 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채플린은 안타까운 상황, 즉 비극적 여건에서 희극 배우로 데뷔했다. 불과 다섯 살 때였다. 노래하는 배우인 어머니가 무대에 섰으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가 후두암을 앓고 있는 것을 모르는 관객들은 야유했다. 다섯 살 아들이 무대에 올랐다.

엄마의 쉰 목소리를 흉내 내며 노래했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하며 무대 위로 동전을 던졌다. 무대 감독은 바로 동전을 쓸어 담았다. 다섯 살 채플린은 동전을 주운 뒤 노래하겠다고 했고, 객석은 또다시 웃음바다로 변했다. 관객이 즐긴 예기치 못한 웃음거리는 빈곤층이 겪는 사회의 씁쓸한 현상이기도 했다.

삶은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 다섯 살 때 이를 체험한 채플린의 작품에는 전쟁, 가난, 배고픔 등 시대의 아픔이 녹아 있다. 그의 작품에 떠돌이 방랑자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그는 비극에서도 자신만의 웃음 표현법을 찾았다. 관객들은 그의 코믹한 연기와 분장에서 슬픔과 웃음을 함께 느꼈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채플린을 ‘영화의 왕’으로 극찬했다. 채플린의 연기력, 작품의 재미가 아닌 영화에 흐르는 복합 감정, 쓸쓸함과 고독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점을 높이 샀다. 채플린이 표현하고 싶은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한 것이다. 세상에서 슬픈 일은 가난이다. 먹을 게 없어서 굶는 슬픔 보다 더 한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르트르는 채플린에 대해 ‘진정 배고픔과 진정 비참함을 안다’고 평했다.

채플린에게 배우는 숙명과도 같았다. 아버지는 보드빌 배우, 어머니는 뮤직홀 배우였다. 아버지는 음주로 인해 젊은 날에 세상을 등졌고, 어머니는 목의 이상으로 더 이상을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극도로 가난한 집의 아이는 빈민구호소를 전전해야 했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본 무대에 본능적으로 섰다.

다섯 살에 첫 무대에 선 이후 아역 배우로서 하루를 연명하는 어려운 생활을 했다. 어머니는 가게에서 싼 음식을 사와 자신과 아들의 허기를 달랬다. 결국 어머니는 영양실조에 걸렸다. 채플린의 배고픔은 영국 최고 인기 희극극단인 프레드카노의 단원이 된 17세 무렵부터 해결됐다. 그러나 그에게 가난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어린 시절의 빈곤은 그의 몸에 여러 가지 병력(病歷)을 남겼다. 영양실조, 천식, 만성 신경과민 등이다. 그래서일까, 겉으로는 재미 넘친 희극 배우이지만 안으로는 우울감과 고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모습도 있었다.

어린 시절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그는 왜소했다. 청년 이후에 잘 먹었지만 청소년기에 맘껏 먹지 못한 탓이다. 청년 시절에 그의 키는 불과 162.5cm였고, 몸무게는 50.8kg에 불과했다. 그는 체중 미달로 군대도 면제를 받는다.

청소년기는 급속한 신체의 성장이 일어난다. 그 어느 시기보다도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를 균형 있게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만약 단백질과 철분, 아연이 부족하면 신체 성장이 지연되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칼슘 부족도 골밀도 감소, 성장지연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도 영양소 불균형이 이뤄지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청소년은 신체 발육과 학습력, 성인은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시민의 면역력이 저하되면 사회적 저항력 약화로 전염병 위험도 높아진다.

지구촌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는 8억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촌 인구 80억 명의 10%에 해당 된다. 이에 비해 많은 사람은 비만과 영양 과잉으로 다이어트와 운동 등에 몰입하고 있다. 영양 측면에서도 채플린의 표현대로 세상은 비극이고,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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