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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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문화에서 2022년은 상징적인 해다. 육류 소비가 쌀 소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2년 1인당 육류소비량은 58kg인데 비해 쌀 소비량은 56kg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은 첫 해가 된 것이다. 상승세도 놀랍다. 2012년의 41kg에 비하면 불과 10년 사이에 40%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육류 소비는 돼지가 가장 많고, 닭과 소는 비슷했다. 육류의 대량 소비는 축산 및 식문화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 한국 농가의 양대 축은 이미 쌀농사와 축산업으로 좁혀졌다. 또 체계적인 사육으로 소는 30개월, 돼지는 4개월, 닭은 1.5~2개월이면 고기용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비촉진 활동은 아예 문화로 자리 잡혔다. 3월 3일 삼겹살데이, 5월 2일 오리데이, 9월 9일 구구데이, 11월 1일 한우데이가 그것이다.

육류 소비 증가는 국민의 체격 향상과 건강증진에 기여했다. 육류는 단백질 구성에 필수인 아미노산 9종이 함유된 훌륭한 식품이다. 육류 소비의 증가와 함께 비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육류=비만’으로 등식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육류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식품이다. 다만 지나치게 먹었을 때 건강에 악영향이 있을 뿐이다.

유난히 고기를 좋아한 철학자가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다. 독일 연방의 작센주 뢰켄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목사였다. 그런데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외쳤다. 이에 대해 신을 부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고, 내세를 강조하는 기독교에 대한 반발로 보고 있다. 현실에 더 충실하고, 더 잘 살기 위해 내세의 신에 의지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먹거리에서 즐거움을 추구했다. 니체는 고기 마니아였다. 채소에 관심이 적었다. 건강을 생각하면 육식과 채소 과일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니체의 식단에는 햄과 소시지, 건조한 가공육 등의 육류가 가득할 뿐 채소나 과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니체의 식단에서 ‘채소와 과일은 죽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그도 한때 건강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채식을 했지만 잠깐에 불과했다. 입이 원하는 대로 고기에 눈을 돌렸다. 이를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종종 고기를 끊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괴테의 말처럼, 그것을 ‘종교’처럼 절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니체는 음식에 대한 자유 의지도 생각했다. 음식 선택의 자유가 건강 이유로 제한됨을 느꼈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음식관은 원하는 만큼 많이 먹는 것이다. 인간의 위는 덜 찬 것보다 가득 차 있을 때 소화가 잘된다고 믿었다. 위장의 양을 알면 만찬에서 마음껏 먹고 즐길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위장의 크기를 모르고 계속 먹는 것은 피해야 함을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식사 외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는 독일의 식문화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수프, 잘게 썰은 고기, 기름과 밀가루를 뿌린 채소 등을 소화 불량 원인으로 여겼다. 니체의 고기 섭취와 포식은 많은 영양을 섭취하려는 노력이었다.

니체는 평생 근시와 두통으로 힘들어했다. 어려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당연히 학교 시절 체육성적은 극히 나빴다. 인생 말년에는 건강이 더욱 악화돼 고통스러워했다. 눈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안구 통증이 이어졌고, 구토와 설사도 계속됐다.

관습을 깨고 새로운 가치 창조를 생각한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도 통한다. 음식에 관해 다소 괴짜적 시각을 보인 그는 행복을 마음에서 찾았다. 잘사는 방법을 기쁜 표정과 함께 하는 삶으로 보았다. 둘 이상이 같은 일을 경험하고, 나누고, 부대끼며 보내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의 면역력도 상승됨에 주목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고 기뻐하라고 주문했다. 인간적인 관계에서 행복을 찾은 것이다.

이 같은 긍정적 시각의 니체는 고기 위주의 식사에도 건강 걱정을 그다지 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이 크게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비만을 바롯하여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성인병 등의 발병 개연성을 걱정한다. 그러나 니체는 오늘의 한국인 육류 소비에 대해 별 걱정 하지 않을 듯 싶다.

육류 소비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식물성 지방 섭취비율이 동물성에 비해 7대3으로 높다. 일부 장수 지역 노인들은 동물성과 식물성 지방 섭취 비율이 5대5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는 채소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으뜸 수준이다.

육류 소비 증가는 영양분 섭취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인체의 질병 저항력을 높여주는 원동력이다. 또 육류를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고기만 먹는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먹거나, 거의 섭취하지 않으면 몸에 좋지 않을 수 있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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