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동물병원안정근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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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반려동물에게 심장은 아주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이다. 심장병은 강아지 사망 원인 2위, 고양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할 만큼 생명과 직결된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보이면 보호자가 발견할 수 있지만 조용히 다가오는 심장병은 보호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반려견·반려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비대성심근증(HCM, Hypertropic Cadiomyopathy)은 고양이의 만성질환으로 티가 나지 않게 조용히 진행되는 질병이다.

비대성심근증은 좌심실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커지는 질병이다. 심장이 하트 모양으로 비대해진다고 해 발렌타인 모양(Valentine heart shape)이라고도 한다. 이로 인해 좌심실 내부 공간이 줄어들면서 심장이 내보내는 혈류량도 줄어들게 된다. 심근 비대가 국소적으로 경미할 경우, 증상이 없어 수의사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렇게 무증상으로 시작되는 비대성 심근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혈액 순환 장애가 생겨 호흡수 증가, 청색증, 후지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고 더 방치하면 심근 손상도가 높아져 심부전증, 폐부종, 흉수, 혈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증상은 고양이가 입을 벌리며 호흡하는 개구호흡이다. 이때는 시간이 촉박한 응급 상황이므로 빠른 시간 내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강아지에게도 나타나지만 고양이의 20%~30%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을 만큼 고양이에게 더 치명적이다. 특히 선천적 원인을 갖고 태어나는 랙돌, 데본렉스, 페르시안, 스핑크스, 브리티쉬 숏헤어, 아메리칸 숏헤어, 메인쿤 등 품종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HCM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렇게 유전적 형질 이상으로 발병되는 아이들은 주로 1살 전후에 증상이 발현된다. 후천적 원인은 고혈압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심근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질병에서 2차적으로 이어지며 주로 7세 이상 수컷 노령묘에게 확인된다.

비대성심근증은 검진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흉부 청진, 흉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 심장의 잡음, 심장의 크기, 좌심방의 확장 정도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심장 질환이 의심되면 추가적으로 심장혈액화학검사(Pro-bnp)검사를 진행하고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근의 두께, 심방의 확장, 혈액 역류 확인, 혈전 유무 등을 파악한다. 비대성심근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품종묘는 유전자 검사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비대성심근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ACVIM (미국수의내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과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안타깝게도 HCM은 만성질환으로 완치가 없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보호자가 관리만 잘 해 준다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병이다. 그만큼 보호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아이를 잘 관찰해 앞서 말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꼭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만약 심장병 판정을 받더라도 수의사가 정해 준 가이드에 맞게 약을 잘 복용하고 관리해 준다면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반려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 커비동물병원 안정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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