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나 복부가 답답하고 숨쉬기 어려움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한 경우 일시적인 혈압 상승 동반 ▲화끈거림, 열감이 가슴, 등, 얼굴에 느껴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양상의 통증이나, 전기가 오르는 듯한 저린 느낌이 신체 전체 부위, 흔히 양 팔에 있는 경우 ▲허리, 무릎, 손, 발 통증의 악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와 불안, 초조감 ▲명치에 뭔가 걸려있는 느낌이 들고 소화가 안 됨 ▲여러 검사에도 이상 소견이 없으나 하루 종일 지속되는 두통과 어지러움 ▲입 안이나 혀가 따갑고 미끌거림 등의 증상도 있다.
위와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돌아가며 나타나거나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주로 갱년기 이후인 50대에서 60대, 70대의 여성에게서 가장 흔한 편이다. 그러나 남성이나 젊은 층에서도 적지 않게 관찰되고, 갱년기와 동반하여 초발하기도 한다. 화병에서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열감, 통증, 심계항진, 호흡곤란, 소화불량, 두통, 어지러움과 같은 신체 증상이다 보니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다니면서 심장 검사, 뇌 자기공명검사(Brain MRI, MRA 등), 말초신경전도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해보고 치료해보았으나 호전이 없었다고 하며 뒤늦게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신체적인 증상이 발생하면 해당하는 증상에 대한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지 먼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슴통증, 체중 감소, 극심한 두통, 어지러움과 같은 증상은 반드시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증상인지 여부를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아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신체 증상이 있고 그 증상이 위에서 나열한 ‘화병’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인 경우에는 망설이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보길 권한다.
앞서 ‘화병’은 우울증의 한 종류라고 이야기했다. ‘화병’이 우리나라 중년 이후의 여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시댁, 남편, 자녀에 대해 우울하고 억울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참아야했던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전통 문화적으로나 한의학에서는 ‘화(火)’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우울과 분노를 참고 억누르다보면 억압된 스트레스가 지속되게 된다. 이는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의 전달을 담당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균형에 이상을 일으키게 되고, 이는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온 몸에 분포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에도 이상을 일으켜서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자발적으로 불편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화병’의 신체 증상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을 참고 억누르며 살아오다가 발생한 신체 증상이기 때문에, 이미 병원에 찾아올 때에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몸의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 이른, 즉 자신의 의지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호전되지 않는 우울증, 불안장애가 동반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주로 한 약물 치료가 먼저 필요하다.
증상이 오래 되고 심할수록 호전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약물 치료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며, 최소 2~3주 이상 약물 치료를 유지해야 호전이 있다. 또한 ‘화병’은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쉽게 재발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재발 방지를 위해 수개월 이상 약물 치료를 유지해야하며, 약제의 감량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서서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화병’은 ‘참는 습관’에서 비롯된 병이므로, 건강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화병’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 윤지환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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